계약서에 사인하던 날, 손끝이 떨렸다.
빨간 차, 붉은 가죽 시트, 휠 디자인까지.
선택할 때마다 심장이 더 세게 뛰었다.
출고 당일, 차고 문이 열리며 붉은 차가 눈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말하는 ‘예술품’이라는 표현이 그제야 이해됐다.
시동을 거는 순간, 낮고 묵직한 엔진음이 가슴을 때렸다.
나는 가만히 숨을 고르며 핸들 위에 손을 얹었다.
첫 드라이브는 새벽 고속도로였다.
길 위에 차가 미끄러지듯 붙었다.
속도를 올릴수록 세상이 뒤로 밀려나갔다.
“아, 이게 진짜 자유구나.”
그 순간, 온몸이 벅찬 전율로 가득 찼다.
내 심장은 엔진음과 같은 리듬으로 뛰고 있었다.
페라리. 설렘이라는 단어로는 부족한, 내 삶의 가장 뜨거운 심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