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아주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그 질문은 “언제 복직하세요?” 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언제까지 휴직을 하는지가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나도 휴직했거나 휴직하려는 사람에게도 언제까지 휴직인지를 가장 먼저 물어본다. 그에 비하면 여성분들이 육아휴직을 했다고 하면 당연하다는 듯 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들과의 대화를 생각해보면 한국사회의 기존에 뿌리 내려온 ‘남녀의 성적 역할’, ‘경제적 우려’, ’호기심’ 이 세 가지가 주 된 이유였던거 같다.
오랫동안 "남성=경제활동, 여성=육아"라는 인식이 자리잡혀 있어서, 남성의 육아휴직은 여전히 "특별한 일"로 받아들여지죠. 반면 여성의 육아휴직은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남성이 주 소득원"이라고 생각해서, 남성의 휴직이 가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복직 시기를 궁금해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아직 남성 육아휴직이 보편적이지 않다 보니, 사람들이 "얼마나 오래 할 건지" "어떤 계획인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궁금해하는 경우도 많은거 같다.
뉴스에서는 남성들이 육아휴직을 많이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 등원길에 보면 아빠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아마 이런 환경속에서 가장 크게 사람들의 인식이 신경쓰이는 부분은 경제적 우려에 대한 부분이다.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지만, 언제 복직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오면 나 스스로 어떻게 대변을 해야할지 고민을 한다. 특히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하는 나이드신 어르신들은 ‘육아휴직’에 대한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하신다.
“제가 아이들과 소원해지고, 잦은 회식과 늦은 귀가로 인해서 육아휴직을 하게 되었어요.”
“아이들보아 줄 사람이 없어서 제가 휴직을 하게 되었어요.”
“직장생활을 하다가 우울감과 번아웃으로 일상이 무너졌어요.”
사람들이 나에게 질문을 할 때 머릿속에서는 이런말들이 둥둥 떠다닌다. 한명씩 시간을 내어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나 많이 힘들었다. 저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 거에요. 라고 말할수 없다. 도리어 그런 생각의 끝은 내가 왜 이런 생각까지 하는지 스스로가 구차해졌다.
사실, 이러한 생각을 갖게된 사건이 있었다. 인사를 잘 받아주시는 어르신이 있었는데, 어느날 내가 낮시간에도 엘리베이터에 마주치게 되니 말을 걸으셨다. “일찍 퇴근하셨나봐?”, “휴가를 썼냐?”는 질문에 나중에는, 육아휴직을 했다고 말씀드렸다. 그 뒤로 인사도 제대로 받아주지 않고 본척 만척 하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 육아휴직이라는 단어가 그 분에게는 ‘실직’이라고 느껴졌었던거 같다.
그러다가 비슷한 상황이라고 느껴질 때 그런 반응이 나올까봐 경제적 단어를 대체할 수 있는 단어나 상황들을 짧고 임팩트 있게 말하려고 신경쓰다보니 한동안 밖에 나가는 것을 자제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선을 타파하는 시점이 있었다. 육아휴직을 하고 4개월쯤 넘어가면서 부터였던거 같다. 당시 정신없이 종이책 투고와 출판사 계약 그리고 출간을 앞둔 시점이었는데, 나 스스로는 자존감을 회복하고 다시끔 나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부끄러움도 사람들의 시선도 별로 신경쓰이지 않았다. 오히려 열심히 사는 나 자신을 스스로 칭찬하면서 당당해지기 시작하니, 사람들의 시선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았다.
그런데, 내가 당당해지자 사람들도 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있는 상황들을 발견했다. 사실 사람들은 나를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는데, 나 혼자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른다.
결국 시간이 흐른후에 깨달았다. 아빠로서의 가치는 월급명세서에 적힌 숫자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 속에 있다. 오늘도 누군가는 "언제 복직하세요?"라고 물을 것이다. 이제 나는 "아이가 아빠를 필요로 하는 동안 까지요?" 라며 미소를 지을것이다. 돈을 못 벌어도, 세상이 인정해주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멋진 아빠다. 그 사실만큼은 절대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