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증상과 상황을 겪으며
가장 독이 되었던 건 다른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사람이었다.
그들은 나의 가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내가 괜찮을거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나에게 필터링 없이 내뱉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들은 나에게 독이 되었으며
증상을 완화시키기보다
더욱 악화시키게 되었다.
가족은 나와 거의 30 평생을 살아온
(적어도 내가 남편과 결혼하기 전 까지)
유일한 사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나는 집에 늘 살았으며
혼자 지내볼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혼자 남겨질 나를 생각해 보지 않았으며
당연히 가족과 함께 살아야 한다 생각을 했기에
더더욱 집에만 있었던 것 같다.
가족이 생각하는 나는 그저 철부지
나를 항상 챙겨야 한다 생각하는 거 같다.
근데 나는 나이가 들어가고 어른이 되어가며
그런 말들에 공감할 수 없었다.
필요한 순간에 금전적인 부분이나
정신적인 부분에 멘탈을 잘 잡아
집을 유지하는데 한쪽 기둥이 되었다 생각한다.
물론 받은 사람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러면서 니가 한게 뭐가 있는데
이런 말을 들으며 살다 보니
나는 자연스럽게 작아질 수밖에 없었으며
그건 어렸을 때부터 시작된 것이었기에
나는 나 자신을 소중히 그리고 아낄 수 없었다.
내가 기억하는 첫 언니와의 비교는
백화점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어린 나이에 잠을 자고 있었고
(대략 3살 4살이었던 것 같다)
언니는 잠든 내가 깰까봐 할머니와 엄마가
조용히 그 시절 유명한 백화점에 옷을 사러 갔다.
내가 기억을 하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또렷하게 기억을 한다
그 때 이야기를 꺼냈을 때
엄마가 화들짝 놀랄 정도였으니까.
또한 자연스레 조개를 먹을 때
해산물 등 미리 세팅을 하거나
손을 써야하는 건 언니가 먹기 편하게
직접 손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마지막은 나였다.
그 습관은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상황이 되었다
모두가 손을 쓰면 비린내가 나고 불편하지만
나는 직접 그걸 모두 하는게 속이 시원한
그런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가정 속에 자라왔기 때문에
내가 정신적으로 아프다는 걸 알았을 때에
겉으로는 정말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픈 상태가 점점 길어질수록
내가 아픈게 맞는지를 잊는 것 같았다.
나는 점점 시들어가고 있는데 말이다.
최근들어 꿈에 가족이 많이 나온다.
힘들고 괴롭게 만드는 상황이 나온다.
남편은 이해하지못한다.
연락을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닌가.
가족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나아지는 게 아니라는걸
나는 너무나 잘 알고있다.
그렇기에 늘 상담을 진행할 때
나의 가장 독은 가족이라 이야기가 나온다.
언제쯤 내 가족은 독이 아닌 행복이 될까.
아무런 색안경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내 가장 큰 숙제가 아닐까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