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라는 길은 자주 조용하고, 때론 외롭다. 아무리 좋은 실험을 해도 결과는 예상과 다르게 나올 수 있고, 논문은 끝없이 수정되며, 수개월, 수년의 노력이 한 줄 코멘트에 무너지는 일도 있다. 실적이 없다고 느껴질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내가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나는 지금도 종종 그런 생각을 한다.
연구원으로서의 자신감은 단단한 자격증이나 누군가의 인증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함 속에서 작은 '신념' 하나를 지켜나가는 과정에서 서서히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믿는다. 처음 신약 개발 연구를 시작했을 때, 나는 늘 '내가 뭘 모르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였다. 회의에서 말 한마디 꺼내기조차 어려웠고, 실험이 실패할 때면 '내가 잘못된 사람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절의 내가 틀린 게 아니었다. 그냥 아직 ‘충분히 겪지 않은’ 상태였을 뿐이었다.
연구자로서 자신감을 갖기 위해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태도는 이거다.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계속 배워나가도 괜찮다.”
모든 실험이 성공할 수는 없고, 모든 질문에 답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가 그 실패 속에서도 한 발짝 나아갔는지,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는지다.
또한 자신감은 ‘작은 성취’를 인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논문이 아니어도 좋다. 오늘 실험이 잘 되었던 것, 새로운 기술을 배운 것, 후배에게 조언을 해준 것. 그런 순간들을 스스로 축적해야 한다. 아무도 칭찬해주지 않더라도, 내가 내 노력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왜 이 일을 시작했는가’를 자주 떠올린다.
처음 이 길을 선택했을 때의 마음. 무언가를 밝혀내고,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싶었던 마음. 그 마음을 떠올리면 지금 당장의 성과에 흔들리지 않고 나를 다잡을 수 있다. 자신감은 결국 결과로 증명되기도 하지만, 그보다 먼저 스스로를 지탱하는 믿음에서 시작된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나는 이 길을 계속 걷기로 했다.”
오늘의 실험이 실패했더라도, 오늘의 내가 어제보다 조금 더 단단해졌다면, 나는 내일도 다시 실험대 앞에 설 수 있다. 그것이 연구자라는 존재의 진짜 자신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