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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잘못된 꿈은 위험하니 함부로 꿈을 가지면 안된다

지도에 없는 검 X아일랜드 연재 중

by 여온빛




지도에 없는 X아일랜드에는 육십여 명의 아이들이 있는 것 같다. 학교라는 곳에 가보면 그 정도의 아이들이 모이는 것 같다. 아직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어린아이부터 몸에 털이 나고 꽤 어른 같이 보이는 큰 아이들까지.

학교라기엔 선생님이 딱히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데이빗이 에밀톤에 있을 때에도 선생님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었더랬다.


그리고, 그 쯤 어느 때부터,

“잘못된 꿈을 꾸면, 존재가 지워집니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함입니다.

잘못된 꿈은 위험한 것이므로 함부로 꿈을 가지면 안 됩니다.

나는 국가를 사랑합니다. 국가는 나를 사랑합니다.

그러니 나는 바르게 살아갑니다.”

이런 슬로건이 반복적으로 들리고 따라 하며 교육을 여는 문이 되었다.


어렸을 때는 선생님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했고 항상 선생님께 직접 배우는 것이 당연한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매일 보던 선생님들이 점점 안 보이기 시작하더니 데이빗이 이곳에 오기 전에는 몇몇 소수의 선생님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보이지 않았다. 주변 이웃들도 많은 사람들이 사라졌다.


선생님들을 대체한 것은 진짜 선생님이 아니라 가상세계의 선생님들 VR안경이었다. 그것은 쓰면 아이들은 정해진 고급 수업을 듣게된다.


이 이상한 현상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질문하지 않았다. 그것은 묵언의 룰처럼 그래야 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데이빗도 사라진 사람들 중 하나가 된 셈이었다. 데이빗과 가족들이 없어졌어도 아마 그곳 사람들은 우리가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을 것이다.


이 섬에도 학교라고 불리는 교육기관이 있긴 한데 그냥 아이들이 소집되는 용도 정도이지 큰 의미가 없는 그런 곳이다. 여기는 그나마 소수의 선생님 한 명도 없는 곳이다. 단지 아이들 누가 왔다 갔는지 정도만 확인이 되기도 하고, 아이들이 혹 오지 않는다 해도 집집마다 달려 있는 감시 카메라 덕에 존재 여부만 확인되면 누구도 관여하지 않는 자유가 있는 곳이다.


그런데, 그 자유를 꽤 오랫동안 누리고 있는 한 명이 있으니, 한 달 남짓 지나는 동안 학교 근처에도 보이지 않는 남자아이가 있는데 이름은 줄리앙이다.




(2년 전 아빠와 함께 지냈던 X아일랜드 줄리앙의 집 거실)


줄리앙은 보통때와 같이 햇빛 드는 창가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흔들의자가 커서 아직은 작은 줄리앙의 몸이 쏙 들어가고도 남는다. 줄리앙의 아버지가 그 모습을 보고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초롱초롱한 눈말울과 항상 입꼬리가 올라가 있는 줄리앙이 읽던 책에서 눈을 떼고 위로 올려다보면 아빠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머금었던 사랑스러운 입꼬리가 더욱 올라가 양볼이 발그레 언덕처럼 올라온다.


"줄리앙, 읽고 있는 책이 재미있니?"


"네 아빠, 너무 재미있어요. 이 책 시리즈 더 읽고 싶은데 사 주실 수 있으세요?"


책 제목은 '스페이스케이스'라고 적혀 있는 걸 봐서 우주 과학과 관련된 책 같았다.


“그래 줄리앙. 아빠가 찾아볼게. 줄리앙, 너는 나중에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난 아버지처럼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발명도 하고 불쌍한 사람들도 많이 돕고 싶어요. 이 책도 보면 우주에서 일어난 소설책인데 과학자들의 일상이 특별해 보이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은 좋은 일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줄리앙, 너는 참 좋은 꿈을 가지고 있구나. 아빠가 너에게 배우는 것 같구나. 아빠보다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진짜 훌륭하고 힘 있는 과학자가 되거라. 그래, 지금 마음을 계속 간직하면서 꼭 꿈을 이루길 바란다. 얼마 후면 다시 우리가 살던 곳으로 갈 수 있을 테니 그때는 좋은 학교도 가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게다”


아빠의 목소리는 한숨과 걱정이 느껴지긴 했지만, 그래도 희망의 한 줄기를 담고 있는 듯 했다.


“네~ 아빠”


초롱초롱한 줄리앙의 눈망울은 그 꿈을 꼭 가지고 열심히 살면서, 훗날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를 다짐하듯 더욱 빛났다.


그로부터 이년 후, 줄리앙의 아버지는 다시 정부의 부름을 받고 안센과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떠나게 되었다. 그 누구도 언제 어떻게 정부의 부름으로 가족과 기약할 수 없는 이별을 할지 모른다.


누구도 원하던 것이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 후 줄리앙은 꿋꿋하게 잘 버키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곳을 떠날 것이라는 희망을 점점 빛을 잃어가는 듯하다. 다른 것은 다 필요 없으니 빨리 아빠를 만나고 싶었다. 돌아오지 않는 아빠를 매일매일 기다리고 있는 얀센은 밝고 장난기도 많은 아이였지만 점점 말을 잃어갔다.






이곳의 학교는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지 안 오는지 딱히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학교라는 곳에 가더라도 딱히 무엇을 배우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학교는 단지 명목상의 학교 일 뿐이지 이곳에서 아이들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아니다. 매일 무엇을 배우더라도 항상 VR 안경들을 쓰고 가상 세상에서 하는 수업이다. 몇몇 아이들은 그것에 아무 흥미를 느끼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그것에 모든 시간을 쓰고 있다.


현실과 다른 세상에 펼쳐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가상세계의 그곳은 항상 이 세상과 다른 천국 같은 모습이고 정부에 대한 충성과 찬양의 노래를 같이 불러야 한다. 그리고, 다른 섹션이나 과목으로 바뀔 때마다 ‘파라다이스 옴니플라타~’를 찬양하는 음악이 계속 나온다.


이런저런 음악으로 변형해서. 아이들은 정부가 뭐고 정부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누구인지, 사실 아무 관심이 없다. 하지만, 교육이라는 명분 하에 그들은 이래저리 정부가 원하는 세뇌를 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곳 몇몇 아이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그들의 가족이다. 그들의 부모님과 함께 하는 것, 부모님의 손길과 온기를 원한다. 재밌는 VR도, 노래도, 파라다이스도 아니다.


줄리앙도 마찬가지다. 줄리앙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아빠이다. 하지만, 정부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만 빼고 준다. 이제는 정부의 모든 것에 화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중이다. 유일한 피붙이인 아빠를 빼앗가 가고 정부는 장난감이니, 먹을 것이니, 최신 업데이트 된 VR과 프로그램을 안센에게 계속해서 꾸준히 제공하고 있었다. 그래서 줄리앙은 아빠가 없어지고 초기 얼마간은 이곳에서 부러움의 대상으로, 가장 힙한 아이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는 줄리앙도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거의 일 년이 지나는 이 시점 줄리앙은 돌아오지 않는 아빠, 직접 연락이 없는 아빠에게 너무 화가 난다. 그러다 어느 날 든 생각은 아빠를 데려가고 본인에게 이 모든 것들을 간간히 보내오는 정부 ‘파라다이스 옴니플라타’가 적힌 물건 박스를 손에 받아 들고는 분노가 일어난다. 그 분노의 눈빛은 흔들의자에 앉아서도 계속 되었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던 그 눈망울에 정부의 이름이 여전히 강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들이 내 아빠를 데려갔지. 그에 대한 보상으로 내게 계속 이런 물건들을 보내는구나.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은 내게 필요한 게 아니야. 초롱하게 빛나던 줄리앙의 두 눈이 분노의 빛으로 변한 것도 그때였다.


이건 도대체 누가 보내는 거지?

그리고 상자 안에 낯익은 필체로 쓴 쪽지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줄리앙, 잘 지내고 있지. 아빠는 늘 네 곁에 있다.”


그 순간 줄리앙의 손이 멈췄다. 이 글씨는… 분명히 아버지의 것이었다. 한때 줄리앙의 숙제를 봐주던 따뜻하고 느릿한 그 필체.

하지만, 이제는 이걸 보는 줄리앙의 마음이 혼란스럽고, 이상하다.


국가가 보호자라 배웠는데, 국가는 어쩌면 모든 것을 빼앗고, 조종하고, 남긴 것조차 감시당하고 허락당하는 것인가?


아빠는 어디에 있는가?
아빠는 살아 있는가,
아니면 살아 있다는 환상을 나에게 주입하는 건가?




13화 희망을 잃은 줄리앙의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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