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숨 구 멍 : 그리움의 틈에서 숨쉬다

by 여온빛


기다려도 오지 않는데,

기다려도 올 수 없는데,

오래 기다려서 온다면 얼마든지 기다릴 텐데,

이 세상 누가 그가 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면

세상 끝까지도 갈 텐데.


매일 아침 그의 커피를 담아주던

스마일 머그컵은 아직도 방끗 웃으며

그의 책상 위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매일 저녁 밤조깅을 함께 하던

그의 낡은 운동화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데,


매일 어느 순간에나 그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어느 때나 톡메시지를 보내면 하트 이모티콘이 바로 올 것 같은데,

저 문을 열고 짜잔 나 왔어 이렇게 얘기하고 올 것 같은데,


그의 컵도, 운동화도, 나도 알아요

그는 올 수 없지요

그래서 여전히 나를 보고 웃고 있는

이 사진 속 그의 모습도

웃는 것 밖에 모르는 그의 머그컵도

그들은 여전히 행복한 미소로 나를 바라봐주는데,

내 심장은 아리고 조여와요


나를 살게도 하고
나를 무너뜨리기도 하는

그와 나눴던 톡메시지,

냉장고에 붙은 그의 손글씨 메모,
아직도 그의 냄새가 스며 있는 그의 셔츠,

버튼만 누르면 아직도 내게 인사를 건네는

그가 남긴 음성메시지,

함께 즐겨 불렀던 그 노래들도

여전히 버튼만 누르면 생생하게 불러주는데,

그는 없고, 그리움만 있어요


내 깊고 깊은 저 깊은 심연 기억의 물속에서

잠수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훅 올라와요

감정의 물방울들을 가득 담은 두 눈을 꾹 감아요


그리움은 여기저기서 매일 새롭게 찾아와요

그리움은 내게 무엇일까요

내 심장을 이렇게 계속 조이니 아픔일까요

그를 잡아 둘 수 있게 하니 숨구멍일까요


내 마음도 심장도 아직은 저 깊은 바닷속만큼 아프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너무너무 그리워서 날 아프게 해도,

내 가슴에 그대를 다시 꺼내어 안을 수 있으니까요

내 기억 속 세상에 그대가 살아있다는 증거니까요


숨이 막혀와도, 꺼내 안을 수 있고, 꺼내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리움이 있는 한, 언제나 그를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러니 내 심장 조금 아픈 건 괜찮아요


내가 아픈다는 건 그가 아직 내 안에 살아 있다는 거니까

많이 아프면 아플수록 그는 아직도 강하게 내 안에 살아있다는 거겠죠

그러니 아파도 괜찮아요


이 세상 누구나 인생의 바다 저 깊은 심연 속을 잠수하며 살아가요

가끔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해요

언제 떠올라야할지 모를 때가 있어요


하지만 내겐 나를 숨 쉬게 하는 숨구멍이 있어요

동시에 나를 울게도 하는 눈물구멍이기도 한 그대,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차차 익숙해지고,
남은 자의 일상 한켠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겠지요.

그 흔적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며,
서서히 또 다른 형태의 평화를 찾아갑니다.


그러니 울어도 괜찮고,
멈춰도 괜찮습니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기억합니다.

그리움은 결코 끝이 아닌,
사랑의 지속이니까요.


그리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무거운 감정입니다. 누군가를 깊게 사랑하고 또 잃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상처보다 더 아픈 쓰라리고 아픈 마음이고, 동시에 따뜻한 기억이기도 합니다.

그 그리운 사람은 이제 더 이상 우리 곁에 없습니다. 눈을 마주치거나 손을 잡을 수 없고, 서로의 숨소리를 들으며 웃을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남긴 작은 흔적들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오래된 서랍 속에 조용히 놓인 그의 필기구, 베개 밑에 살며시 스며든 그의 향기, 우리가 함께 앉던 식탁 위의 빈자리.

그 흔적들은 때로는 가슴을 아리게 하지만, 남겨진 자들이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증거가 되기도 합니다. 그 흔적들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돌아오지 않는 대답 앞에 말도 해봅니다.

시간이 흘러도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차차 익숙해지고, 남은 자의 일상 한켠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겠지요. 그 흔적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며, 서서히 또 다른 형태의 평화를 찾아갑니다. 그러니 울어도 괜찮고, 멈춰도 괜찮습니다.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기억합니다.

그리움은 결코 끝이 아닌, 사랑의 지속이니까요.
keyword
화,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