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인연이 스쳐가도 슬퍼말아요

by 여온빛

바람이 스쳐가고 꽃잎이 떨어졌다고

슬퍼말아요

다시 피기 위해 꽃은 진답니다

스쳐 지나간 인연은

새로운 인연을 위함입니다


벌이 날아 왔다고 겁내지 마세요

머물고 간 자리에 열매가 맺힙니다

머물고 간 인연은

인생에 배움을 맺고 갑니다


파도가 밀려왔다 물러간다고

아쉬워하지 마세요

물러가야 바다의 제 얼굴을 내밉니다

왔다가 물러간 인연의 빈자리가

진짜 내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나게 합니다


별똥별이 지나간 빈 하늘을

그리워하지 마세요

빈자리가 있어야 새별이 기다려집니다

인연이 지나가고 남긴 그리움은

새 인연을 기다리게 합니다


빛을 내는 항구에 잠시 쉴 배가 오듯

스쳐간 인연들도 내 인생의 항해에 등불이 되었겠지요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그 스쳐간 인연들이 당신을 자라나게 했으니까요


오늘도 계속 흐르는 바람을 맞으며

시간이 남기고 간 파도 위로

당신의 인연도

당신의 항해도

계속됩니다



누군가 사람과의 관계는 다 유통기한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그런 거 같습니다.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나서 부모와 만나고 헤어지고, 그때그때 시간마다 만나는 친구들과 연인, 선생님, 동료 등등 이런저런 곳에서 이런저런 인연들이 만나고 헤어지고, 스쳐가고합니다. 때로는 빨리 떠나고 싶기도하고, 때로는 더 머물고 싶기도합니다. 더 붙들고 싶어도 붙들 수 없고 때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인연들도 늘어납니다.

인연은 바다 위의 파도와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로는 곁에 머물러 같은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언젠가 바람이 바뀌면 서로 다른 물결로 흩어지기도 합니다. 때론 너무 기쁘기도, 때론 너무 슬프기도, 때론 너무 그립기도 한 것이 인연과 헤어짐입니다.

어쨌든, 좋은 기억이든 반대든, 그 인연들이 우리에게 머물던 시간만으로도 이미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들로 인해 우리의 삶은 계속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사람은 누구나 수많은 파도를 지나며 서로의 흔적을 남깁니다. 그 흔적이 바로 우리가 살아온 항로입니다. 인연이 떠난 자리를 붙잡기보다, 그 자리에 머물던 따뜻한 빛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keyword
화, 일 연재
이전 10화너무 오래 아파해도 괜찮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