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늘이 참 예쁘네요

by 루비나

많은 매체에서 인생이 남들과 같을 필요가 없다는 말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런 말을 원한다면 내 글은 그다지 도움이 안 될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거다.

당신의 인생이 남들과 꼭 다를 필요는 없습니다.

언젠가부터 브랜딩의 중요성이 화두 되면서 남들과는 다른 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나 또한 그랬다. 주변 사람들보다 뛰어난 점을 찾아도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수두룩 빽빽했다. 애당초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처럼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발견하거나 에디슨의 전구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발명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이 세상에 없는 나만의 특수성을 찾는 것은 무리가 있다.

00이라는 나라에 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그 아이는 어떻게 살았고, 어떤 고난을 맞닥뜨렸으며, 어찌어찌하면서 극복했습니다. 포기도 하고 실패도 하고 좌절도 했지만, 우연한 기회를 얻고 성취도 하고 기쁨도 맛보며 성장했습니다. 그렇게 그 아이와 닮은 사람들 속에서 잘 살았다고 합니다.

평범한 인생을 글로 풀어내라고 하면 이런 식이지 않을까? 누구나 그런 인생을 산다. 중간중간 얼마나 극적이냐, 성취과 좌절의 비율이 얼마나 되냐의 차이지 우리가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인생과 대리만족을 느끼며 보는 드라마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들은 드라마가 아닌 인생에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저 내가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아서.

자, 다시 얘기해 보자. 남들과 꼭 다를 필요가 없다는 말은 비슷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왜? 같은 시간, 같은 장소, 같은 사건을 경험하면 겉으로 보기엔 남들과 같아 보인다. 하지만 똑같진 않다. 모든 인생에는 각자의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겐 달달한 향이 나는 날도 있다가, 쾌쾌한 묵은내가 나는 날도 있다. 짙은 구름과 자욱한 안개로 멍한 나날을 지내다 보면 걷어지는 구름 사이로 거리가 빛과 그림자로 구분이 가능한 날이 오기도 한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예민한 편이라 타지 생활 중에 항상 오감이 열려 있다. 무더운 일본의 여름 출근길에도 지나친 사람의 시트러스 향수에 잠깐 환기되고, 카페 알바를 하며 바쁘게 일하는 중에 마주한 아기의 웃음소리에 더 활짝 웃게 된다. 매일 느끼는 감각이 다르기 때문에 어제와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같은 일을 만나도 똑같지 않다.

이렇듯 수많은 감각이 우리 옆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가는 순간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었다. 내가 향을 얘기하면 당신도 오늘의 향을 느껴봤으면 좋겠다. 내가 빗소리를 얘기했을 때, 당신의 오늘이 맑은 날이라면 바람 소리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모든 감각이 긍정적이진 않을 것이다. 오늘의 감각은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감각에 의해 희미해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감각들이 얇게 한 겹씩 쌓인다면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 각인되는 무언가가 생기지 않을까?


무연고 타지 생활 6개월 차. 혼자서 하늘을 보는 게 익숙해졌다. 출퇴근길뿐만 아니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환기시키면서, 빨래를 널러 베란다에 나갈 때, 창으로 들어오는 빛의 색이 노랗게 되었을 때, 하늘의 변화를 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어제와 비슷한 기온, 똑같이 맑은 날, 같은 시간이어도 하늘은 참 많이 다르다. 큰 뭉게구름이 생길 때도, 아이가 난잡하게 뜯어놓은 넓게 펴진 솜 같은 구름이 옅게 깔려있을 때도, 흰 구름 사이사이 회색 먹구름이 존재감을 나타낼 때도 있다.


익숙함에 속아,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라서 그냥 넘어가는 순간들이 있다. 오늘의 출퇴근길, 오늘의 식사 등. 누군가 ‘오늘 하늘이 예쁘네요.’라고 얘기한다면 그제야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며 ‘그러네요.’라고 대답할 때가 있다. 나는 당신이 그렇게 스스로 고개를 들게 하고 싶다. 당신의 매일이 평범하다고 느끼더라도 생각보다 마냥 지루하고 반복적이진 않다고 일깨워주듯이. 이렇게 평범한 나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는 다른 인생을 살고 있으니, 당신 옆에서 같이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과 당신의 마음에 남은 글이 다를 테니.

그래서 제목에 대한 오늘의 대답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