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처음 미디어 인터뷰
지난주 스마트폰에 '알츠하이머병과 기억력의 비밀을 푸는 열쇠...'라고 시작한 이메일을 제목만 보고 스팸이라 생각했다. 바쁘던 중 본 것이라 열어보지도 않고 삭제했다. 하마터면 놓칠 뻔했다.
한 한 시간쯤 지났을까. 우리 지도 교수님 이름의 계정에서 이메일이 날아왔다. 바로 열어보았는데 앞에 지웠던 글의 대한 답변이었다.
"Thanks for organizing. I would love to participate." [준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참여하고 싶네요."]
갑자기 이게 무슨 얘기인가 싶었다.
다시 보니, 조지아텍에서 언론 접촉을 담당하시는 분과 이름 모를 분들 여럿이서 우리 교수님과 필자와 같은 이메일 체인에 포함되어 있었다.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보니 폭스 5 뉴스의 기자가 우리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조지아텍에서 나온 기사가 치매로 고생하신 우리 할머니에 포커스를 맞춘 스토리라 더 인상 깊었다며, 필자의 할머니 사진도 보내달라 부탁하셨다.
살다 보니 이런 영광스러운 일도 다 있다. 필자가 생애 처음으로 TV에 나오게 되는 일이었다. 한국도 아니고 미국에서. 사실 얼마 전 필자의 스레드에 네이처지 관련 포스팅을 했는데 누군가 축하한다며 댓글에 '이거 뉴스감인데 왜 안 나올까요?' 하셨다. 필자도 나오고 싶다. 근데 한국은 아직 대선 준비로 바쁠 만도 하다. 노벨상이 아닌 이상 우선순위가 될 수는 없다.
어쨌든 부랴부랴 긍정적인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찾기 힘든 할머니 사진도 아버지한테 급히 부탁해 준비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 조지아텍에서 촬영이 있었다. 기자 분은 촬영 전부터 어떤 샷으로 찍을 것이며 어떤 스토리를 전개할 것인지 이미 머릿속에 각이 잡혀있는 듯했다. 우리에게 질문 몇 가지 하시고는 눈 깜짝할 새 필자가 마이크를 달고 기자분과 마주하게 되었다.
처음에 살짝 긴장하긴 했으나, 프로듀서님들이 워낙 편안하게 대해줘서 긴장이 곧 풀렸다. 다행히 짧은 시간 안에 인터뷰 파트가 끝나고 설명할 때 필요한 비디오 촬영에 들어갔다.
하필 필자가 오랜 시간 보냈던 리코딩 장소에서는 다른 실험이 잡혀있어서 다른 실험방에서 촬영을 해야 했다. 졸업한 지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실험실은 그대로였다. 가상현실 환경 속에서 실험용 쥐는 먹이 장소를 찾아 나서는 세트업은 똑같이 구성된 방이었다. 그래도 다른 방에서 필자가 사용하던 컴퓨터와 달라, 보여주고 싶은 리코딩 비디오 클립을 여는 방법도 몰랐다. 이제 연구원이 아닌 사업가로 살다 보니 벌써 까먹었구나 생각했다. 금요일 오후 3시인데도 다행히 아직 실험실에 남아있는 현재 우리 실험실 박사학생 덕분에 잘 끝낼 수 있었다.
훈련 안된 눈으로 보면 뭐가 뭔지 모르겠는 뇌파 물결에 대해 비디오그래퍼 앞에서 차근차근 설명했다. 그분은 영상 찍으면서도 참 신기해하셨다. 끝나고는 나중에 이렇게 말씀하셨다.
"I like that you used a mouse." [당신이 마우스를 사용하는 게 재밌네요.]
컴퓨터 마우스를 가리키시면서 말이다. 실험용 쥐(mouse)도 사용하면서 마우스도 사용한다고.
사실 녹화도중 카메라감독님이 시청자들에게 진짜 쥐도 보여주고 싶어 하셨다. 하지만 교수님은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하셨다. 혹여나 동물 권리 운동가들이 들이닥칠까 걱정해서 말이다. 실제로 특정 단체들은 동물들의 권리를 위해 사람에게 폭력을 쓰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위급 상황에 놓일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누가 쥐 권리에도 흥분하나요?"
"놀라실걸요."
제작진도 바로 이해되셨나 보다. 다시 물어보시지 않았다.
순식간에 모든 촬영이 성공적으로 끝났고 집에 가려는데, 기자님이 하신 말에 깜짝 놀랐다.
"Thank you all. This will be aired at 6:30 tonight." [감사합니다. 이거 오늘 6시 반에 뜰 거예요.]
순간 지도교수님, 조지아텍 미디어 관계자분, 필자 모두 눈을 똥그랗게 떴다. 방금 찍었는데... 응?
세상에. 이 분들 정말 빨리 움직이시구나.
그리고 몇 시간 후 정말 그 뉴스를 생방송으로 보게 되었다.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