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가진 돈을 다 털고 캐나다로 떠났다

도피가 아니라 도전. 구조 밖에서 시작된 설계

by Engine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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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나는 괜찮은 남자인 줄 알았다.

2화. 설계되지 않은 삶이 무너질 때

3화. 그녀는 나를 평가하지 않았다


그녀와의 대화를 끝낸 후, 며칠 동안 멍한 기분이 계속됐다.
내가 사는 세상과 그녀가 사는 세상 사이의 간극.
해외라고는 배 타고 일본 다녀와 본 게 고작인 나.
평범한, 아니 도태의 끝자락에서 아슬아슬 버티던 삶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
하지만..

‘가면 크게 달라지는 게 있나?’
‘돈은? 아득바득 모으느라 힘들었는데..?’
‘괜히 잘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다녀와서 취업 못하면 어떡하지?’
‘요즘 경기도 힘들고 취업시장도 얼어붙었다 던데, 돌이킬 수 없는 낭비가 되는 건 아닐까?’

그때 나이 30,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실 앞에서, 그리고 이미 몸에 밴 구조에서 빠져나온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무서운 일이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중소에서 다음 연애가 시작되면, 그리고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내 인생은 여기서 끝난다.”

그게 결정적이었다.
누구나 행복을 디폴트로 설정하여 상상하는 결혼에 대한 이미지가,
비로소 걱정과 두려움을 전제로 다가왔을 때, 깊은 두려움에 눌려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나는 진심으로 도전을 결심했다.
한번 마음을 먹은 이상 그 결심은 생각보다 빨리 실행에 옮겨졌다.
흔히들 말하는 어학원을 통한 어학연수는 한국인들끼리 놀다 온다는 의견이 많았기에 애초에 고려대상에서 제외됐다.
다행히 그녀의 도움으로 각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ELP(English Learning Program)에 대해 알게 되었고, 최대한 꼼꼼히 비교분석 하였다.

그렇게 고민과 갈등의 시간을 겪던 중 고맙게도 평소 업무성과를 가로채시던 과장님이 그날따라 유독 언성을 높여 주셨고,
한차례 폭언의 시간이 지난 후 조용히 ‘퇴사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품고 있던 사직서를 책상에 놓아드렸다.

그 후,

적금 통장을 깼고, 통장 잔고를 다 털었다.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고, 토론토 대학 ELP를 신청했다.
6개월짜리 짧은 여정이었지만, 내겐 그 어떤 선택보다 무거웠다.

주변 사람들은 걱정했다.
회사도, 부모도, 친구들도.
하지만 아무도 내 속을 몰랐다.
나는 살고 싶었다. 수없이 많은 기회를 허망하게 ‘언젠간 잘 되겠지’ 하며 흘려보내던 삶이 아닌,
내가 계획하고 설계한 내 삶을 살고 싶었다.

인천으로 향하는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군입대 때 보다도 더 걱정 어린 눈빛을 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이 계속 눈에 밟혔지만,
그 모습이 낯선 타국에서 내 의지가 약해질 때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 믿었다.
장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마침내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세상이 다르게 보였다.
벚꽃이 지는 걸 보고 출국하여 도착한 토론토엔 아직 눈보라가 치는 것도 신기했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좋았다.
누군가 나를 모른다는 사실이 오히려 편했다.

그곳에서 나는 새벽에 눈을 떴고, 조용한 거리로 걸어 나갔다.
내가 누구인지 다시 생각했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도 다시 생각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는 스스로 설계한 내 인생 위에 첫발을 내디뎠다.




안녕하세요 브런치 독자님들!
익숙함을 떠나 새로운 현실을 상상해 본 그날, 무거운 걱정에 뜬눈으로 아침해를 보게 되었죠.
여러분도,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선택의 밤을 기억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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