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손길이 사라진 풍경은 묘하게 아름답다.
자연은 모든 것을 덮으며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제 자리를 되찾아간다.
누군가는 이 등대가 바다를 비추던 시절을 기억할까.
검은 물결 위를 가르던 불빛,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던 그 영광스러운 시간을.
이제 해안을 지키던 파수꾼은 더 이상 밤을 깨우지 않는다.
시간의 파도에 깎여, 대지의 일부가 되었다.
노을을 머금은 담쟁이는 철제 난간을 끌어안고,
무성한 풀과 이끼들이 벽돌 틈을 메워간다.
이따금 스쳐 가는 바람이 녹슨 구조물을 어루만지면,
지난날의 흔적을 애도하듯 낮은 울림이 번진다.
시간이 멈춘 채 숨을 고르는 마지막 기착지.
새떼의 날갯짓조차 조심스러운 이곳에서
그는 숨을 고르고, 담담히 셔터를 누른다.
세상의 끝자락에서 최후의 기록자가 되어
한 장의 사진으로 존재의 증명을 남긴다.
무너진 문명 너머, 새로 피어난 질서에
소리 없는 인사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