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상점

by 찬H
20181109 새벽상점.jpg 새벽상점(2018.11)_illust by 찬H


새벽에만 문을 여는 그 상점은

세상과 한 발짝 떨어진 외딴 길모퉁이에 있다.


지도에는 없는 길,

시간이 비껴간 골목 끝에서

별빛이 내리는 순간 문이 열린다.


낡은 간판, 바랜 유리창,

어느 동네에서나 볼 법한 평범한 겉모습.

하지만 그 너머에는 온갖 기묘한 것들이 가득하다.

반쯤 녹은 새벽안개 조각,

투명한 유리병에 담긴 밤하늘 한 스푼,

어린아이의 꿈에서 떨어진 작은 편지,

그리고 오래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듯 낯선 멜로디.


이곳은 바람에 실려 온 이야기 조각들이 모이는 안식처.

잊힌 기억들이 들러 웃고 가는 곳이다.

누군가는 달빛을 담은 잼을,

누군가는 어릴 적 자장가 한 곡을 사 간다.


누가 이 가게를 지키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떤 밤엔 창가에 고양이 한 마리가 꾸벅꾸벅 졸고,

또 어떤 날엔 푸른 연기를 따라

실루엣처럼 흐릿한 주인이 어렴풋이 보이기도 한다.


상점은

길을 잃은 마음에게만 문을 연다.

당신의 삶이 조금 흐릿해진 어느 새벽,

그때에야 비로소

불이 켜진 이곳을 발견하게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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