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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그 자리에 핀 마음>

보이지 않아도, 마음은 그렇게 피어나고 있었다

by 숨결biroso나


가끔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있습니다.
시간은 흘러가는데, 마음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기뻐하지도, 슬퍼하지도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숨만 쉬는 하루가 있지요.

그럴 때면 괜히 불안해집니다.
다른 사람들은 움직이는데,
나만 멈춘 것 같아서요.

하지만 언젠가부터
멈춤도 하나의 생의 형태라는 걸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바람이 멈추면 공기가 고요해지고,
물이 고이면 그 안에 하늘이 비치듯이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 시간 속에서도 마음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주 미세하게, 거의 들리지 않게,
하지만 분명히 살아 있는 속도로요.

빛은 멈춘 듯 보여도
그 안에는 파장이 있고,
절대영도 가까이에서도
분자는 여전히 흔들립니다.

기억 또한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공기 중에 남았다가 바람이 불면 다시 돌아옵니다.

그 모든 현상들이 말하는 건
삶은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우리는 그렇게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요.

그래서 저는 이제
스스로를 다그치지 않으려 합니다.
잠시 서 있는 그 자리에서도
피어나는 마음이 있다는 걸 믿기로 했습니다.





by 《그 자리에 핀 마음》 ⓒbiroso나.



멈춰 있는 것처럼 보여도,
마음은 언제나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조용한 진동이, 우리를 다시 살아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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