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마음을 그냥 두기로 했다
여름의 마음은
조금 느리다.
햇살은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데
나는 그 안에서
한 걸음 늦게 따라간다.
바깥은 눈부시고,
사람들은 빠르게 움직이고,
시간은 식지 않은 채 흐르는데
나는 조금 더 머물고 싶어진다.
땀이 흐르고,
숨이 차고,
몸이 축 늘어지는 날이면
마음도 덩달아
어디쯤에 멈춰 서 있다.
무기력과 게으름의 경계쯤에서
나는 나를 조용히 안아본다,
오늘만큼은 괜찮다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고.
여름은
빨리 가는 계절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천천히
마음을 익히는 시간이다.
햇살 아래 익어가는 건
과일만이 아니다.
숨, 생각, 기억,
그리고 마음까지도.
오늘도
이 더디고 느린 마음을
그냥 그대로 두기로 한다.
언젠가는 이 느림이
나를 데리고
어딘가 다정한 곳으로
천천히 데려가 줄 것 같아서.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는 수요일과 일요일 당신의 마음에, 조용한 쉼표 하나를 놓아드립니다.
<biroso나의 감성 연재>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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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토 《숨쉬듯, 나를 쓰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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