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 괜찮은걸까?
아침보다 조금 늦은 오후.
나는 걷기 시작했다.
아주 천천히.
무언가를 위해서도,
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몸이 조금 움직이고 싶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
나도 따라 나섰다.
햇살은 부드럽고,
바람은 가볍게 불었다.
도심의 소음과
조금은 멀어진 길.
누가 나를 부르지도 않고,
나도 나를 다그치지 않았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발끝에 닿는 자갈 소리,
잔가지 사이를 스치는 바람 소리,
그 사이로 고요한 마음 소리 하나.
보도블럭 틈새에 핀
들꽃 하나가
바람에 흔들리며
나를 멈춰 세웠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은 걸까?'
그리고,
그 질문에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마음은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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