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숨처럼 나를 쓰다
처음엔 그저 나를 위해 썼다.
쏟아지듯 감정이 흘렀고,
정리되지 않은 문장들이
어디에도 도착하지 못한 채 남겨졌다.
그런데 어느 순간,
누군가의 말 없는 안부가
내 글 속에 앉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 문장에 걸터앉아 읽어주는 눈빛,
댓글 한 줄에 담긴 숨결 같은 고백,
나보다 더 나를 걱정해 주는 독자의 마음이
내 글을 더 멀리 데려다주었다.
발행했다가 내리고,
지웠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했던
지난날들은 헛된 게 아니었다.
그 시간들이 없었다면, 나는 나를 ‘쓰는 사람’으로 받아들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제 나는 안다.
그저, 숨 쉬듯 쓰는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쉼이 될 수 있다는 걸.
그래서 이제는,
나를 위한 글이
‘당신에게도 닿는 문장’이 되기를 바라며 쓴다.
읽는 이의 하루에
쉼표 하나를 건네는 작가로
오늘도, 다시 숨을 고른다.
<숨처럼 나를 쓰다>
그날, 아무 말 없이 썼다
누구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다
나를 둘러싼 것들이
모두 엷어져 가고
나는 안에서만 자꾸 무너질 때
그날 나는
아무 말 없이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글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고
말이 되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저 한 줄 한 줄,
내가 살아 있다는 걸
조용히 써 내려갔다
그리고 그렇게 쓴 그 말들이
끝내 나를 안아주었다
말이 되지 못한 하루를
조용히 안아준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
"글이 아니라 숨이 되기를 바라며."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다음 글 예고)
누군가 읽어줌으로써 내가 위로받다
<biroso나의 글쓰기는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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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 목 《엄마의 숨》
화 / 금 《아무 것도 아닌 오늘은 없다》
화 / 토 《숨쉬듯,나를 쓰다》
수 / 일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토 / 일 《말없는 안부》
일 / 월 《가만히 피어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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