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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장맛비 >

13화 마음에도, 쉼표를 찍는다

by 숨결biroso나

마당의 흙은
서서히 젖어 들어가고,
창틀 위 물방울은
끝끝내 버티다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저 그런 여름날,
문득 마음 한쪽이 젖는 소리를 들었다.




잊은 줄 알았던 마음도
언제부턴가 조용히 젖어가는 소리를 낸다.

커피 잔 위로 올라오는 김은
허공에서 잠시 길을 잃고,
나 역시 오늘은
무엇 하나 똑바로 붙잡지 못한 채
그저 숨을 고른다.

장마는 끝나지 않았다.
마음도, 계절도, 관계도
완벽히 끝나는 법은 없어서
언제나 마지막 한 방울이 남는다.

그 마지막이 오면
나는 그저 그 속에 가만히 잠긴다.
말을 꺼내지 않고,
억지로 다독이지 않고,

젖은 건 젖은 대로,
흐르는 건 흐르는 대로,
내버려 둔다.

마음 안 작은 웅덩이,
빗방울이 고여 드는 그 자리에서
나는 오늘,
조용히 나를 배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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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다 조용한 위로를 믿습니다. 오늘도 삶을 살아내는 분들에게 마음이 먼저 도착하는 문장을 씁니다. 깊은 숨결로 마음을 건네는 사람, 에세이스트 'biroso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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