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첫 문장은 창밖에서 온다
창문이 먼저 깨어
나를 바라본다.
빛 한 모금이 스며와
밤의 숨을 풀어놓는다.
바람은 커튼 끝을 살짝 흔들고
나뭇잎은 햇살 속에서
물결처럼 부서진다.
그 순간,
아직 쓰지 않은 문장이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조용히 눈을 뜬다.
아침의 창문은, 늘 나보다 먼저 숨을 쉬고 있었다.
유리 위를 스치는 빛결이
밤새 묵혀둔 마음을 살며시 흔든다.
그 빛이 창턱에 잠시 머물다 흘러내릴 때,
문장의 첫 숨결도 따라 흘러내린다.
바람에 젖은 나뭇잎은
햇살 속에서 부드러운 파문을 만들고,
멀리서 들려오는 발걸음 소리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감정을 데려온다.
창턱 위 작은 먼지까지
이 아침의 문장이 된다.
글을 쓴다는 건
커다란 약속이 아니라
세상의 숨소리에 귀를 여는 일일지 모른다.
커튼 틈새로 스며든 바람이
내 안 깊은 곳을 스칠 때,
손끝은 저절로 종이를 찾는다.
오늘도 창밖은 나를 부른다.
빛이 조금 기울어지는 이 시간,
나는 천천히 창을 연다.
그리고 그 안으로 들어오는 모든 것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마음 깊은 곳에 내려놓는다.
사소한 순간들이 모여 오늘도 나를 품어준다.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 빛이 머문 자리에 문장이 피어나고, 그 문장은 다시 나를 숨 쉬게 한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밤이 남긴 고요 위에
아침의 첫 숨이 번져갑니다.
"당신의 하루에도 그 숨이 닿기를 바랍니다."
#빛이머무는순간 #일상의숨결 #아침의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