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어둠이 지나면 새벽이 온다
살아내며 수없이 많은 밤이 지나갔다.
때로는 견디기 힘든 어둠이었지만,
지나고 나면 늘 새로운 내가 새벽처럼 남아 있었다.
세상에 나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 있는 것만 같았던 밤이 있었다.
태어나자마자 아팠던 큰아이 곁에서 눈물로 지새운 밤들. 병원 복도의 불빛은 늘 차갑게만 느껴지고, 제발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뿐으로 기도하며 여러 날들을 버텨내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 아이는 기적처럼 살아났지만, 몸과 마음에 남은 흔적은 우리의 삶을 조금 더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대하도록 만들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밤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아이는 그 나름의 빛을 품고 자라났다.
또 다른 밤엔, 사람을 너무 믿은 탓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듯 배신감이 한꺼번에 몰려왔었다.
빛없는 방에 홀로 앉아 스스로를 탓하며,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어둠을 견뎌야 했다.
믿음이 무너질 때 따라오는 고독은, 어떤 어둠보다 짙었다.
그리고 어떤 밤엔, 아무도 탓할 수 없는 나 자신이 괴로웠다. 열심히 살아내려 해도 세상 앞에 무력하게 무너져만 가는 내 모습이 부끄럽고 안쓰러워 이불속에 얼굴을 묻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었다.
그렇게 나를 휘감던 밤들은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 순간에도 숨은 여전히 나를 살게 했다.
조용히 사라지고만 싶었던 내 안의 그 울음들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의외로 여전히 이어지는 숨이었다. 불안에 떨며 앉아 있던 그 자리에서도,
나는 분명히 호흡하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더 단단해진 내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 누구도 아닌 비로소, 나로 숨 쉬는 나 자신이 되어감을 느끼게 되었다.
밤을 견딘다는 건, 단순히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일이 아니었다.
떨리는 마음을 달래며 무너질 듯한 순간을 온전히 느끼는 것이었고, 어둠 속에서도 작은 불빛 하나를 스스로 찾아내는 일이었다.
끝인 것 같아 불안한 밤들은 지금도 여전히 내 곁에 찾아오곤 한다.
그러나 끝내 새벽은 찾아오고, 나는 그 빛을 맞이하게 될 것임을 알고 있다.
해가 기울고, 빛이 꺼지면
모든 것이 끝난 듯 마음이 쓸쓸해진다.
그러나 밤은 끝이 아니라,
새벽을 품은 기다림이다.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낄 때,
그 길 위에는 이미 작은 빛이 자라나고 있다.
별빛은 낮의 태양보다 약하지만,
그 희미함 속에서 오히려 우리는 더 멀리 본다.
별이 전하는 말은 단순하다.
“어둠은 잠시 머물 뿐,
곧 너를 밝히는 빛이 되어줄 거야.”
삶도 마찬가지다.
절망이 밀려와도 그것은 공백이 아니다.
밤처럼 다음 시간을 준비시키는 예고일 뿐이다.
고통의 밤을 지날 때,
우리는 버티는 법을 배우고,
새벽이 찾아올 자리를 마련한다.
밤은 쉬어가는 자리이기도 하다.
모든 움직임을 멈추게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고요 속에서야 드러나는 내면의 얼굴,
그 얼굴이 있어야 새벽의 빛을 감당할 수 있다.
어둠은 새벽을 감춘 것이 아니다.
새벽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얼굴이다.
밤이 남기는 약속은 분명하다.
지금은 끝처럼 보여도,
곧 새로운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는 신호이다.
어떤 밤은 지나치게 길어,
끝내 오지 않을 듯 우리를 지치게 만든다.
불 꺼진 창을 바라보며,
나만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도 있다.
그러나 그 긴 어둠조차도
다음 날의 빛을 준비하는 과정임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알게 된다.
삶에서의 상실과 고통 역시 그렇다.
그 안에 갇혀 있을 때는
무너지는 것만 같지만,
그 순간에도 조금씩 새벽은 자라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내면은 더 단단해지고,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는 더 깊어지고,
새로운 날을 감당할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밤은,
끝내 우리를 버리지 않는다.
밤은 다만 말없이, 속삭일 뿐이다.
“조금만 더 머물러.
곧 너의 빛이 시작될 거야.”
밤을 건너는 모든 이들에게
같은 새벽이 주어지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어제의 고통을 끌어안은 채로
다시 하루를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하루마저도 또 다른 새벽을 낳는 토대가 된다.
밤은 어둠 속에서만 빛을 드러낸다.
작은 별 하나가 하늘에 켜질 때,
우리는 그제야 하늘이 이렇게 넓다는 것을 깨닫는다.
빛이 사라졌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내 안의 숨, 내 안의 얼굴,
그리고 여전히 나를 지켜주는 누군가의 온기.
밤이 남기는 약속은 그래서 더욱 깊다.
“어둠은 끝이 아니라, 빛을 품은 기다림이다”
그 속삭임이 오늘을 다시 견디게 한다.
"어둠은 끝이 아니라, 빛을 품은 기다림이다."
by 숨결로 쓴다 ⓒbiroso나.
밤은 종착지가 아니라, 새벽의 서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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