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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약속

by Taei

전화기에 오랜만에 뜬 이름은, 한때 내 곁에서 큰 힘이 되어주던 동료였다. 내가 초보 원장이던 시절, 곁에는 늘 든든한 두 분이 있었다. 셋이 나이는 달랐지만 서로에게 기대며 버텼고, 그중에서도 가장 의지가 되었던 큰언니 같은 원장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다. 남은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그 빈자리를 추모하며 마음을 달랬고, 시간이 흐르며 바쁨과 배려 속에 연락은 점점 줄어들었다.

그런데 그날, 뜻밖의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수화기 너머로 숨 가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톡에서 이름이 사라져서… 무슨 일 있나 싶었어요.”

사실은 단순히 프로필 이름을 바꾼 것이었을 뿐이었다. 오해였지만, 그 걱정이 전해져 마음이 뭉클해졌다.


이야기는 멈추지 않고 이어졌다. 부모님 돌봄 이야기, 직장의 사정, 소소한 일상의 조각들까지. 예전처럼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문득 생각했다. 사소한 프로필 이름 하나가 우리 사이에 다리가 되어준 셈이라고.


전화를 끊으며 우리는 시원한 가을날에 만나자고 약속했다. 길지 않은 통화였지만, 오랫동안 눌려 있던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 잊고 있던 온기를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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