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구마 캐고, 시금치 꿈꾸는 연휴

추석 연휴, 고구마 수확

by Taei

추석 연휴, 봄에 심은 고구마를 캐러 텃밭으로 향했다.

3평 남짓한 밭이지만, 봄부터 여름 내내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공간이다.

언제 캐야 하나 망설이다가 결국 연휴 첫날을 선택했다.

비가 조금 내렸지만, 흙이 부드러워져 오히려 좋았다.

순을 치고 흙을 걷어내자 고구마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비에 젖은 흙냄새, 땅을 파는 소리, 그리고 묘한 설렘이 함께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지만, 하나같이 정이 묻어 있었다.

“이건 좀 길쭉하네.”

“이건 얼굴 닮았어.”

동생과 주고받는 말 사이로 웃음이 섞였다.

작은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금세 흙 묻은 손으로 풀렸다.

언니들에게 나눠 줄 생각에 봉지는 금세 가득 찼다.

마트에서 고른 반듯한 고구마보다,

흙 묻은 제 고구마가 더 예뻐 보였다.

비에 젖고 허리가 뻐근했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웠다.

고구마 줄기까지 챙기며 “이만하면 풍년이지” 하며 웃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다음 농사를 벌써 생각했다.

이번엔 월동시금치다.

추운 겨울을 버텨낼 푸른 잎들을 상상하며.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