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교사로 일한 첫해, 나는 세상의 문제엔 언제나 ‘정답’이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미성숙했고, 지금 돌이켜보면 꽤 단정했다.
우리 반에 한 학부모가 있었다.
그녀는 커리어를 놓지 않기 위해 아이를 할머니께 맡기고 있었다.
아이와 할머니 모두 지쳐 보였고,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안타까움을 넘어
‘왜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판단을 서슴지 않았다.
그 시절의 나는 상황보다 감정이 먼저였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을 포장으로 삼아,
결국은 이해보다 비판에 가까운 시선을 보냈다.
어느 날 회의 시간, 나는 그 이야기를 문제처럼 꺼냈다.
그때 한 선배 교사가 짧게 말했다.
“잘 모르면서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그 말은 오래 남았다.
당시엔 불쾌했고, 심지어 부당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 한마디가 내 사고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들이 있다는 것.
아이를 키우며 커리어를 이어가는 일이
얼마나 복잡한 선택과 감정의 연속인지,
그제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쉽게 판단했던 일들에는
누군가의 고민, 현실, 그리고 버팀이 있었다.
그걸 모르고 내 잣대를 들이댔던 것이다.
이젠 누군가의 사정을 듣게 되면 먼저 멈춘다.
도와주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려 한다.
그날 들었던 한마디 —
“잘 모르면서 그런 생각하지 말아요.”
그게 내 교사 인생의 첫 진짜 배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