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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D.D.C. 25화

D.D.C.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봄날의 꿈

by 이다연


초등학교 1학년 2반 교실에서, 경수는 수업이 무료한 듯 하품을 하다가 창밖에 있는 똘이를 보고 있던 철이와 눈이 마주쳤다. 경수는 씩 웃으며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 화장실 좀…."
"갔다 와, "

선생님이 대답했다.

옆자리의 철이도 손을 번쩍 들며,

"저 두 여…, "

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살짝 못마땅한 표정으로,

"딴짓 말고 바로 와, "

라고 말했다.

"예~~에, "

경수와 철이는 합창하듯 대답하며 교실을 나섰다.


경수와 철이는 학교 옥상에서 바지를 내리고 시원하게 소변을 보고 있다. 둘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창가 유리창 앞에서 난초 잎사귀를 닦고 있던 교장 선생님 머리 위로 뜨끈한 물줄기가 주루룩 떨어졌다.

"어느 놈이 얏?"

교장 선생님이 소리쳤다.

"튀엇~~!"

경수가 외쳤다.


경수와 철이가 목덜미를 잡힌 채로 교장실 앞 복도로 끌려와 두 팔을 높이 들고 있다.

"이놈들이.
하라는 수업은 안 하고 나와서...
똑바로 팔 더 못 올려?"

교장 선생님이 꾸짖었다.


교장실 바로 옆 1학년 2반에서 수업하던 담임선생님이 고함에 놀라 바로 나왔다. 작은 체구의 그녀는 가까이서 보니 검정 안경테 속으로 유난히 큰 눈과 주근깨가 가득한 얼굴이었다.

"거, 애들 단속 좀 해요. 이 선생!"

교장 선생님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교장 선생님, "

담임 선생님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경수와 철이는 선생님의 눈치를 보다가 냅다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똘이를 타고 운동장을 몇 바퀴씩 돌고, 매달리기를 하다가 무료해질 무렵, 수업 시작 종소리가 울렸다.

경수와 철이는 천천히 운동장 단상 밑으로 기어들어가 나란히 앉았다.

"너 그거 알아?"

경수가 물었다.

"뭐?"

철이가 대답했다.

"우리 담임선생님, 7미터 미인이다.
가까이서 보면 눈만 왕방울이고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하다...
그래서 멀리서 봐야 이쁜데, "


경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해죽 웃으며 말했다.

"근데 뭘 해도 이쁘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한테 장가갈 거다."
"미친놈,
선생님도 너한테 시집 온대냐?"

철이가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똥을 싸고, 궁딩이를 닦지 않은 채 바지를 추스르며 일어났다.

"시끄럽고, 이제
몇 분만 버티면 집에 간다."

철이가 어깨동무하며 말했다.


학교 전경이 보이는 뒤로 교장 선생님이 운동장 단상 밑을 빗자루로 쓸다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또 어떤 놈이야~~~?"

교장 선생님의 화난 목소리가 운동장 가득하게 들렸다.


철이는 나무에 묶어 놓은 똘이에게 달려가서 매듭을 풀었다.

"타라, "

철이가 말했다.

"왜?"

경수가 물었다.

"타 봐라."
"어디 가는데?"
"너 무서워서 못 타냐?"

철이가 웃었다.


경수의 작은 키로 올려다본 말은 무척 높고 무서워 보였다.

"그게… 아니라…
나 말 처음 타 본다."
"누가 그걸 모르냐?
첨엔 좀 무섭다. 근데 똘이를 믿으면 된다.
니가 똘이를 믿으면 똘이는
절대 너를 배신하지 않는다. 크로스~~"

철이가 웃으며 두 팔을 가로지르며 얽었다.


경수는 팔짝팔짝 뛰었지만 작은 키로는 말을 타지 못했다. 그때, 영어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미군이 경수를 번쩍 들어 올려 목마에 태웠다가 말 등에 올려주었다.

"Good Job…. Good Boy…."

미군이 웃으며 말했다.

"우 씨~ 혼자도 할 수 있었는데….
뭐라고 씨부리냐?"

경수가 투덜거렸다.

"그러게…. 가자~~"

철이가 말고삐를 당기자, 똘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어~~"

경수가 놀라 소리쳤다.

"왜? 무섭냐?"

철이가 물었다.

"그… 그게 아니라…
궁뎅이 아프니까 천천히 가라고."

경수는 멋쩍은 듯 말했다.

철이와 경수는 말을 타고 따뜻한 봄빛을 받으며 논길을 등 뒤로 달렸다.

"야~~~ 호, 신 난다…."

경수가 외치며 기쁨에 찬 얼굴로 웃었다.


경수와 철이는 논두렁 나무 밑에 누워 어설프게 풀피리를 불고 있었다.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벚꽃이 흩날리며 둘의 주변을 감쌌다. 따뜻한 봄바람이 불어와 그들의 얼굴을 간지럽히며 지나갔다.

"참 좋다. 그치?"

경수가 나지막이 말했다.

"응, 정말 좋아."

철이가 대답했다.

두 친구는 벚꽃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에서 잠시 모든 걱정을 잊은 채, 그 순간을 만끽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봄바람을 타고 멀리 퍼져나갔다.


미군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와 인사한다.

"How are you?"

미군이 물었다.

"Fine thank you and you?"

아이들이 떼창으로 대답했다.

"Good~!"

미군이 기분 좋게 답했다.

매번 같은 인사로 수업이 시작되었지만, 아이들은 미군 장교 선생님의 입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미군은 소크라테스와 햄릿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아이들의 표정은 몹시 지루했다.

"To be or not to be,
that’s the question…."

미군의 진중한 목소리와 대조적으로 아이들은 지루한 표정이었다.

"대체 뭐래냐?"

경수가 철이에게 속삭였다.

"섹수 피언가 하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인지 아냐?"
"모른다. 그래서 그 사람이 살던지,
죽던지, 난 관심 없다."

철이가 대꾸했다.

"ㅋㅋ…. 근데
저 수염이 진짤까? 가짤까?
턱 옆에 있는 저거 말이다.
뭐라 그러던데. 구린 나루라나…."

경수가 말하자 철이가 웃었다.

"구린 나루? ㅋㅋ 그 이상한 냄새.
미군들한테 나는 냄새.
그게 저기서 나는 걸까? ㅋㅋ"

철이가 말했다.

그때 종소리가 울리고,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와아~ 나가 버렸다.


밴드실 창문 밖에서 경수와 철이는 드럼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저게 뭐냐?"

철이가 물었다.

"드럼이라는 악기인데 며칠 전,
영어 수업하는 미군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 기증했다더라."

경수가 대답했다.

"드럼?"

철이가 신기해했다.

"응. 딱 한 번 건드려 봤는데,
천둥 치는 소리가 난다."

경수가 말했다.

"저건 누가 치는데?"

철이가 다시 물었다.

"우리 학교엔 없고,
미군 선생님이 일주일에 한 번
수요일에 오셔서 가르쳐 주시는데,
진짜 죽인다. 나 저거 배울 거다."

경수가 다짐했다.

"그래?
그럼 나도 같이 배우자."

철이가 말하며 경수를 바라보았다.


여느 때처럼 경수와 철이는 논두렁 나무 밑에 누워 어설프게 풀피리를 불고 있었다. 벚꽃이 흩날리며 그들의 주변을 감쌌다.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두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자연과 어우러져 평화로운 순간을 만들었다. 그러다 무료해진 경수와 철이는 갑자기 학교로 뛰기 시작했다.


오후 햇살이 창틈으로 스며들어 드럼을 비추고 있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지만 경수와 철이는 드럼 앞에서 엉덩이를 뗄 줄 몰랐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반복된 리듬을 치고 또 쳤다. 까까머리 경수와 더벅머리 철이는 작고 서툰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며

"늴리리야 늴리리 늴리리 맘보…"


철이는 경수가 치는 드럼에 맞춰 어설프게 노래를 불렀다. 교실 복도로 드럼 소리와 기타 소리가 어우러져 시끄럽게 들렸다. 그러나 그 소리는 꿈을 향한 소년들의 열정이었다. 창밖으로는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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