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통화스왑은 다양한 목적으로 외화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중앙은행 간 체결하는 통화스왑이다.
이는 국가 간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공적 유동성 지원 협정으로, 외환시장 불안 시 ‘긴급 안전판(safety net)’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통화스왑은 금융시장에서 거래당사자 간 서로 다른 통화를 교환하고 일정 기간 후 원금을 재교환하기로 약정하는 거래로서 금융기관들의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 환리스크 헤징 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반면 민간 부문에서의 통화스왑은 주로 이자율·환율 변동 위험 관리나 자금조달비용 절감 목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중앙은행 통화스왑은 양국 통화를 교환하는 거래라는 점에서는 일반적인 통화스왑과 동일하나, 중앙은행이 해당국 금융기관에 외화유동성을 공급해주기 위해 활용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국가 단위의 금융안정 수단으로서 기능하며, 위기 상황에서 단기 달러자금 시장의 신뢰를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통화스왑은 중앙은행의 다양한 외화유동성 확보 수단 가운데에서도 속도와 비용면에서 우위를 가진다. 예를 들어, 외환보유액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할 경우 시간이 소요되고 외환시장에 부정적 신호를 줄 수 있으나, 중앙은행 통화스왑은 협정 가동만으로 즉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
통화스왑은 중앙은행 간 구축하고 있는 상시 소통 채널을 통해 자금지원 협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아울러 외환보유액과 달리 상시적인 관리비용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외환보유액의 경우 운용·평가·환차손 관리비용이 수반되지만, 스왑은 필요 시점에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 간 통화스왑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있으며 그 활용범위도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미국 연준(Fed)은 유럽중앙은행·영란은행·일본은행 등 선진 5개국과 상설스왑(permanent swap line)을 운영하며, 한국·브라질 등은 비상시형 임시스왑(temporary line) 형태로 참여해왔다.
한국은행은 금융·외환시장 안정, 교역 증진, 금융협력 촉진 등을 위해 주요국과 통화스왑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단기적 유동성 공급을 넘어, 장기적 신뢰와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전략으로도 평가된다.
1. 금융·외환시장 안정
한국은행은 외화자금시장의 신용경색이 발생하여 금융기관이 외화유동성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시장 안정을 위해 외화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이때 중앙은행 통화스왑을 통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지 않고 상대 중앙은행으로부터 외화유동성을 직접 공급받아서 국내 금융기관을 지원할 수 있다. 이 방식은 ‘보유액 방어’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실제로 한국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2020년 코로나19 확산 당시 미 연준과의 통화스왑을 통해 미 달러화 유동성을 금융기관에 공급한 바 있다. 두 사례 모두 국내 환율 급등세를 진정시키고 단기금융시장 경색을 해소한 대표적 성공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 체결은 실제 사용되지 않아도 공시효과(announcement effect)를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화하는 효과를 가진다. 과거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과 통화스왑 계약 체결 발표의 영향으로 외환시장이 안정되고 신용리스크 지표가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한·미 스왑 체결 발표 직후 CDS 프리미엄이 급락하며 시장 신뢰가 회복된 바 있다.
아울러 통화스왑은 유사시 외화유동성 제공을 통해 대외 채무상환능력을 제고함으로써 국가신용등급 평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통화스왑을 ‘잠재적 외화유동성 버퍼(buffer, 완충지대)’로 간주한다.
2. 교역 증진
한국은행은 주요 교역대상국과의 중앙은행 통화스왑 체결을 통해 금융기관에 교역대상국 통화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차입 경로를 제공한다. 이 경우 무역 거래가 미 달러화 등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고 교역대상국 통화만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환전 비용 절감과 결제 리스크 완화에 기여한다. 일례로 한국은행은 중국인민은행과의 통화스왑을 통해 양국 교역 시 자국 통화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비(非)기축통화인 원화의 국경 간 거래 활용도를 높임으로써 원화의 국제적 위상 제고(원화 국제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원·위안 결제 비중은 점진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아시아 역내 통화다변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3. 금융협력 촉진
중앙은행 통화스왑 체결은 양국 간 금융협력 관계를 강화하여 상호 금융거래가 증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즉, 통화스왑이 단순한 금융정책 도구를 넘어 경제외교의 수단으로 작용함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 2018년 스위스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 계약 체결 이후 스위스 금융기관의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스위스프랑 표시 채권 발행이 크게 증가한 바 있다. 이처럼 통화스왑은 실질적인 자본시장 연계 촉진 효과를 동반한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 계약을 적극 추진해왔다.
또한 우리나라는 ASEAN+3 역내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사후적 위기 해결뿐만 아니라 사전적 위기 예방 목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다자간 통화스왑 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CMIM)에도 참여하고 있다.
CMIM은 한국·중국·일본과 ASEAN 10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역내 금융협력 시스템으로, 총 규모 약 2,400억 달러, 한국의 이용한도는 약 384억 달러이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한국은행은 2025년 2월말 기준 1,482억 달러 상당(사전한도가 없는 캐나다 제외)의 통화스왑을 체결하고 있다. 주요 상대국은 중국·일본·호주·스위스·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UAE·터키 등이며, 대부분 3~5년 단위로 갱신된다. 이는 외환위기 재발 방지를 위한 복합 안전망으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통화스와프 Q&A
Q. 통화스와프와 외환보유액은 어떻게 다른가?
A. 외환보유액은 중앙은행이 이미 보유 중인 외화 자산(주로 미 국채, 예치금 등)이며, 이를 매각해야 유동성이 생긴다. 반면 통화스와프는 상대국 중앙은행과 약정만으로 외화를 단기 조달할 수 있어, 보유액을 소진하지 않고 즉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 즉, 통화스와프는 잠재적 외화대출 한도, 외환보유액은 현금자산으로 구분된다.
Q. 한·미 통화스와프는 지금도 존재하나?
A. 2025년 10월 말 기준 한·미 통화스와프는 종료된 상태다. 가장 최근 체결은 2020년 3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600억 달러 한시 스왑으로, 2021년 말 종료되었다. 다만 양국은 2025년 들어 재개 논의를 공식화했으며, 양국 재무당국 간 실무협의가 진행 중이다(관세협상 불확실성 감안).
Q. 교역 확대와 어떤 관련이 있는가?
A. 교역 상대국과의 통화스왑을 통해 상대국 통화로 직접 결제(LCS, Local Currency Settlement)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한·중 스왑을 통해 달러를 거치지 않고 원화·위안화로 결제한다. 이는 환전 비용 절감, 결제 효율성 제고, 원화 국제화 기반 강화로 이어진다.
Q. CMIM(치앙마이 이니셔티브 다자화)은 무엇인가?
A. 한국·중국·일본·ASEAN 10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역내 다자간 통화스왑 협정이다. 총 규모는 약 2,400억 달러, 한국은 384억 달러 한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역내 위기 발생 시 신속한 외화자금 지원을 위한 공동 안전망으로 작동한다.
Q. 통화스왑이 한 번 체결되면 자동으로 유지되는가?
A. 대부분의 양자 통화스왑은 3~5년 주기 재협상이 필요하다. 상대국과의 정치·경제 관계, 시장 상황, 유동성 수요 등을 고려해 연장 또는 종료가 결정된다.
Q. 통화스왑이 없으면 위험한가?
A. 스왑이 없다고 즉시 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 시 대응 속도와 시장 신뢰도에 차이가 생긴다. 특히 개방경제인 한국은 달러 유동성 급감 시 외환시장 변동성이 커지므로, 통화스왑은 ‘보이지 않는 보험’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