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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론 재점화…“기술 혁신인가, 자본 착시인가”

빅테크 투자 급증·전력 수요 폭등·ROI 부진이 시장 불안 자극

by 강준형
AI 거품론 재점화…“기술 혁신인가, 자본 착시인가”

빅테크 투자 급증·전력 수요 폭등·ROI 부진이 시장 불안 자극


2025년 가을, 엔비디아가 시가총액 5조 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금융 시장을 뒤흔들었다. 생성형 AI는 경제 전반을 재편할 핵심 기술로 환호받고 있지만, 성장 속도와 투자 규모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냉정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테크의 천문학적인 설비투자 (CapEx)*와 전력 수요 급등, 중앙은행의 밸류에이션 경고, 그리고 기업 현장에서의 낮은 투자수익률(ROI)이 겹치면서 “AI 거품론”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이는 단순한 기술 논쟁을 넘어, ‘혁신과 거품의 경계’를 가르는 거시 경제 구조 논의로 확산되고 있다.


자본적 지출(CapEx, Capital Expenditure)

• Opex(Operating Expenditure, 운영비)와는 반대 개념

- Opex는 급여·임차료·전력비 등 매년 반복되는 운영비용인 반면, CapEx는 일시적으로 크지만 장기 자산을 만드는 투자비용 으로 구분

• AI 산업에서는 주로 데이터센터 건설비, GPU 구매비, 냉각·전력 인프라 구축비, 전용 네트워크·서버 확충비가 CapEx로 분류됨


밸류에이션과 CapEx, 실적보다 앞서 달린 기대

엔비디아의 주가 급등과 함께 알파벳, 메타, 마이크로소 프트 등 빅테크들은 연간 700억~900억 달러대에 달하는 초대형 설비투자를 공격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AI 모델 유지비용, 전력 단가, 데이터 비용 등이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하며 실질적인 수익성은 여전히 불투명하 다. 시장은 이미 과거 ‘닷컴 버블’과 유사한 과열 신호를 보이고 있으며, 금융당국과 기관투자가들조차 “단기적 으로 기업 가치(밸류에이션)가 실적을 초과했다”고 경 고한다. AI는 분명 현실을 바꿀 기술이지만, 이를 뒷받 침할 현금흐름은 여전히 ‘미래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시장의 불안 심리: 팔란티어 급락 사례

최근 시장의 불안 심리는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선두 주자인 팔란티어 주가 급락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팔란 티어는 높은 성장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했지만, 최근 실적 발표에도 불구하고 높은 밸류에이션 부담과 AI 거품론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유명 공매도 투자자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가 팔란티어에 대한 매도(풋옵션) 포지션을 취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이 사례는 개별 기업의 실적 호조가 시장의 과도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시장 전체의 고평가 우려에 직면했을 때 주가가 얼마나 취약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로 해석된다.


전력·공급망 병목, 인프라의 한계가 드러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의 전력소비가 2030 년까지 945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전력, 냉각, 부지 확보가 AI 성장의 새로운 병목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전력요금 상승은 AI 모델의 수익 구조를 직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국가 전체 전력의 10% 이상을 차지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전력망 확충과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PPA) 정책이 국가 경쟁력의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면서 역설적으로 전력산업과 유틸리티 리츠가 AI 붐의 핵심 수혜 산업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ROI 논쟁과 중앙은행 경고, ‘기대의 경제학’ 흔들리다

MIT 계열 연구팀은 “AI 도입 기업의 95%가 ROI(투자 수익률) 0%”라는 파격적인 주장으로 논란을 촉발했다.

영란은행은 공식 보고서에서 “AI 집중 기술주의의 밸류에이션이 과도하게 높게 평가된(Stretch) 상태”라고 경고했으며,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4%가 ‘현재 AI 시장은 버블’이라고 답했다. 물론 AI 도입으로 마케팅, 검색, 코딩 등 특정 업무 효율이 30~40% 개선되었다는 긍정적인 보고도 있지만, 성과 편차와 구조적 지연이 병존한다. 전문가들은 ‘기대하는 속도’가 ‘실제 성과가 나오는 속도’를 훨씬 앞지른 상태라는 것이 공통적인 진단이다.


산업별 파급과 기업 대응, 현실화되는 양극화

AI 칩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엔비디아는 초과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 하지만 MS, 알파벳, 메타 등 빅테크들은 막대한 CapEx 투자 탓에 이익률 하락 압박을 받는 딜레마에 빠졌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TSMC 등 반도체 기업들은 HBM 수요 덕분에 실적을 개선했지 만,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단가 인상과 비용 상승의 악순환이 우려된다. 반면 전력, 부동산, 냉각, 데이터센터 리츠 산업은 실질 수요 확대로 중장기적인 수혜가 예상된다. 결국, 산업은 ‘AI 수요로 이익을 얻는 수혜층’과 ‘AI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비용 부담층’으로 명확히 갈리고 있다.


평가와 시사점, ‘거품과 혁신의 경계선’

AI 거품론은 기술 자체의 잠재력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 다. 핵심 문제는 “언제, 얼마나 높은 생산성으로 이 막대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느냐”이다. 지금의 시장은 혁신에 대한 신념과 자본의 기대수익률이 불안하게 맞물려 있다. 단기적으로는 전력·부품 병목 현상과 ROI 불확실성이 시장에 조정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AI 인프라와 응용 산업의 결합 속도에 따라 실질적인 성장 산업으로 변모할 여지가 크다. 정책 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인허가, 전력 계약, 재생에너지 연계 등 기반 시설 전략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 변수가 될것이다. 결국, AI 시대의 최종 승자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비용 구조를 혁신적으로 낮추는 경제 주체’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AI 거품론 경고 (시장 비관론자)


1. 마이클 버리(Michael Burry) /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 CEO (※ 영화 빅 쇼트 실제 인물)

2008년 금융 위기를 예측했던 그는 약 2년 만에 다시 입을 열어 새로운 시장 거품이 형성되고 있다며 경고했다. 그는 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승리 전략일 수 있다고 제시하 며, 최근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등에 풋옵션(하락 베팅) 포지 션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2. 샘 올트먼 (Sam Altman) / 오픈AI CEO

AI 산업의 상징적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AI에 과도하게 흥분해 있는 것은 사실”이며, “AI 기업들의 가치가 이미 통제 불능 수준에 이르렀다”고 발언하며 스스로 거품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의 발언 이후 AI 관련 종목 전반에 매도세가 확산된 바 있다.


AI 혁신론 지지 (시장 낙관론자)


1. 젠슨 황 (Jensen Huang) / 엔비디아 CEO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공급자인 그는 AI의 장기적인 성장과 필수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거품론을 일축하는 편이다. AI 혁신이 이제 막 시작되었으며, 막대한 투자는 미래 가치 창출을 위한 당연한 과정임을 시사한다.

2. 에릭 슈밋 (Eric Schmidt) / 전 구글 회장

AI 인프라의 한 축인 전력 문제에 대해 미국 내 전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적절한 장소에 전력이 없는 게 문제이므로, 기술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진단하며, 인프라의 한계 역시 기술적 해결이 가능하다는 낙관론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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