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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라는 옷감: 씨실과 날실의 고귀한 만남

서로의 틈을 메우며, 하나의 따뜻한 세계를 직조해 나가는 과정

by 나리솔


인연이라는 옷감: 씨실과 날실의 고귀한 만남



우리는 때때로 인간관계를 아주 가느다란 ‘선’처럼 생각하곤 하지. 누군가와 이어진 것을 붉은 실 한 가닥으로 표현하듯, 여리고 깨지기 쉬운 연결로 여기기도 해. 하지만, 진정으로 깊고 아름다운 관계는 말이야, 단순히 한 줄로 이어진 선이 아니란다.


그것은 마치 수많은 실이 촘촘히 얽히고설켜 만들어진, 넓고 단단하며 다채로운 색을 품은 하나의 옷감 과도 같아.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감싸 안는 소중한 직물이지.

관계라는 옷감을 짜는 데 가장 핵심적인 원리는 바로 씨실과 날실의 고요한 교차에 있단다. 베틀에 세로로 팽팽히 걸린 날실은 흔들리지 않는 ‘나 자신’을 의미해.


나의 빛깔과 무늬, 내가 가진 고유한 가치관, 성격, 그리고 내면의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상징하지. 그리고 그 날실 사이를 유연하게 가로지르며 들어오는 씨실은 바로 ‘타인’이자, 우리 삶에 스며드는 ‘수많은 경험과 사건들’이야.

오직 나라는 날실만으로는 세상의 차가운 바람을 막아줄 옷감을 엮을 수 없고, 씨실만으로는 그 형체를 온전히 유지할 수 없어.


날실처럼 단단한 나의 본연 위에 너라는 씨실의 새로운 인연이 포개지고, 때로는 부드럽게 감싸 안기며 만나야만 비로소 '면이라는 새롭고 입체적인 삶의 풍경이 펼쳐지는 거란다.


우리의 관계 속에서 나는 너를 통해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너는 나를 통해 새로운 너의 지평을 만나는 것이지.

물론, 이 옷감을 짜는 과정이 언제나 평화롭고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야. 실과 실이 만나고 엇갈리는 지점에서는 필연적으로 미세한 마찰이 생겨나기 마련이지.


우리는 그 마찰을 ‘갈등’이라 부르며 두려워하지만, 삶의 지혜로운 직조공은 알고 있단다. 적당한 마찰과 건강한 긴장감이 없다면, 옷감은 이내 느슨해져서 쉽게 풀어져 버린다는 것을 말이야.


서로의 다름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그 섬세한 마찰력이 관계를 더욱 튼튼하고 단단하게 묶어주는 보이지 않는 접착제가 되어줄 테니까.

때로는 옷감의 실이 예상치 못하게 엉키거나, 심지어 끊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해. 우리는 그것을 실패나 이별이라 부르며 마음 아파하고, 끝이라고 여기기도 하지.


하지만 잘 아물린 상처가 더욱 견고해지듯이, 옷감을 짜는 과정에서 끊어진 실은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매듭으로 묶여 이어진단다. 매듭이 지어진 자리는 다른 곳보다 조금은 투박하고 거칠게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바로 그 매듭이야말로 그 부분의 옷감을 더욱 질기고 강하게 만드는 소중한 흔적이라는 것을 기억해 줘.

우리의 관계 속에 새겨진 상처와 화해의 자국들, 그 울퉁불퉁한 매듭들은 결코 부끄러운 흠이 아니야. 오히려 우리 관계가 얼마나 많은 위기를 겪고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왔는지를 증명하는 훈장과도 같지.


매끄럽기만 한 비단보다, 삶의 희로애락을 모두 담아 수많은 매듭과 질감을 가진 투박한 무명천이 우리에게 더 따뜻하고 진정한 위로를 건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그 속에 담긴 시간과 사연이 더 깊게 느껴지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평생을 바쳐 이토록 섬세하게 짜낸 이 인연의 옷감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차가운 세상의 바람으로부터 서로의 영혼을 따스하게 감싸주고, 지친 마음을 포근히 안아줄 따뜻한 이불이 되기 위함이란다.


한 올의 실은 약해서 쉽게 끊어질지라도, 수많은 실이 서로 엮여 하나의 견고한 옷감이 된 우리는 그 어떤 추위와 어려움도 함께 막아낼 수 있을 거야.

오늘 네 삶 속에 씨실처럼 찾아온 타인과의 만남을 너의 따뜻한 마음으로 기쁘게 맞이하렴. 때로는 예상치 못한 팽팽한 긴장감에 마음이 힘들 수도 있지만, 그 모든 교차의 순간들이 모여 너의 인생을 가장 아름답고 깊이 있는 걸작으로 완성하고, 포근히 감싸 안아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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