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늪
동그란 눈을 살짝 감으며 신중하게 볼에 바람을 넣고, 연신 ‘호호’ 거리며 밥을 식히는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다섯 살 아이가 떠오른다.
숨소리도 워낙 커서, 보지 않아도 뭘 하는지 알 수 있는 그녀.
뜨거운 걸 제일 난감해하는 그녀는 오늘도 뜨거운 밥과 작은 사투를 벌인다.
오늘은 회식이다.
사랑이모도 돌아왔고 해서 밥 먹자 하네요
복자 팀장은 오늘 일찍 끝내요
다이온이 “맥주!”를 외치고, 별부장이 “그래, 맥주 한 잔 하자.”라고 답한다.
하지만 어쩐지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다.
지난 석 달 동안 다들 많이
지쳤나 보다.
팀장과 별부장도 작은 언쟁으로
두 달 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사실 별일도 아니었다.
무심코 흘러나온 한마디가 감정이라는 공간에 갇혀, 서로 소 닭 보듯 지냈던 것이다.
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는 게 이기는 거라지만,
그게 참 어렵다.
회식 자리에서 가볍게 팀장과 별부장은
말을 건넸다.
두 달 만에 나눈 일상의 대화였다.
잔이 부딪히는 소리 뒤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그땐 나도 예민했어 별부장
그렇게 두 달의 거리가 한 잔 술에 녹아내렸다.
2차 포차로 자리를 옮겨, 서운했던 마음을 술로 씻으며 “잘해보자”라고 서로를 격려했다.
우리 일은 몸으로 하는 일이라 가혹하고,
언행이 거칠어질 때가 있다.
그래서 사소한 언쟁이 감정이란 늪에 빠져 허우적 대기도 한다
오늘은 그 늪에서 벗어났다.
별부장은 속이 쓰리다.
하지만 마음이 편한 이유는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본다.
좀 과하게 주고받았나... 그래도 마음 한편이 따뜻해진다.
아침엔 해장국 한 그릇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