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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하여

by 박진현

돈은 이야기하기가 가장 쉬우면서도 또 가장 어려운 주제인 것 같습니다.

서점에 가면 돈에 대한 책이 10권 중 9권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넘쳐나고 SNS에서도 돈에 관련된 주제의 글이나 영상들이 100개 중 99개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이렇다는 말은 그만큼 돈에 대해서 올바른 정보가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가 만약 대충 돈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면 그렇게 쉽게 찾을 수 있는 것들과 별 다른 것이 없는 글이 되겠지요. 그러나 제가 이 글을 쓰는 목적은 '우리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기에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돈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더 깊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만약 이 글을 우리 아이가 읽는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네가 정말 돈에 대해서 확고한 올바른 가치관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글이나 책을 읽지 말고 이 글을 보기를 바란다"고 말입니다.


먼저 '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화폐로서의 정의를 알고 싶으시다면 저는 '자본주의'[EBS다큐]나 화폐에 대한 경제학적 이론서를 읽을 것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러한 책들은 지루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돈에 대해서는 그 어떤 책보다 명확하게 알려주니까요.


이 글은 돈에 대해서 이론적으로 접근하기 위한 글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미리 알려드립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돈에 대한 능력을 말해주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1. 돈을 버는 능력

2. 돈을 모으는 능력

3. 돈을 불리는 능력

4. 돈을 지키는 능력

5. 돈을 쓰는 능력

6. 돈을 버리는 능력


돈에 대해서 안다는 것, 똑똑하다는 것은 위의 6가지를 모두 아는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 똑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위의 6가지는 모두 다른 능력입니다. 그리고 말하지만 위의 6가지 중 하나라도 결핍되어 있거나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얼마가 있든 돈을 잃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1. 돈을 버는 능력


말 그대로 돈을 버는 능력입니다. 하지만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돈이 들어오는 것'을 '번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용돈을 받을 수도 있고 길을 가다가 주울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로또에 당첨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돈이 생긴다고 해서 그것을 돈을 버는 능력이 생긴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돈을 번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대가'가 지불되어햐 한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그 대가는 여러가지 형태로 나뉩니다. '노력', '시간', '자본', '가치' 등등


노력과 시간은 알겠는데 자본과 가치는 무엇일까요? 자본은 돈이 돈을 버는 구조를 말합니다. 많이 들어보셨죠? 금융시스템에 의해서 돈의 가치가 점점 올라가는 것을 말합니다. 음... 정확하게 말하면 돈의 가치가 아니라 숫자가 계속 올라가는 것입니다. 돈의 가치는 매번 변하니까요. 예를 들어서 저는 지금 주식에 저의 자본을 넣어두었습니다.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확인할 때마다 제 자본의 숫자는 계속 올라갑니다. 하지만 세상은 변합니다. 물가가 오를 수도 있고,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숫자가 올라가도 물가가 올라서 화폐의 가치가 올라가는 숫자의 속도보다 빨리 떨어진다면 숫자는 올랐지만 저의 자본의 가치는 떨어진 것이 됩니다.

반대로 물가가 올라가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숫자가 더 빨리 올라간다면 저의 자본의 가치는 올라간 것이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가도록 노력하는 것뿐입니다. 저는 그런 이유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적금은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항상 돈을 사용할 때는 기회비용을 따집니다. 예를 들어서 1억원이 있어서 집을 살 수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1억원과 대출을 조금 받아서 집을 산다면 저는 집을 얻고 그 대가로 1억원과 이자를 지불해야 합니다. 그 집이 1억원과 이자, 물가상승률보다 더 큰 자본의 가치를 준다면 저는 그 집을 구매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면 저는 구매하지 않겠습니다. 전세도 마찬가지입니다. 월세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전세를 들어가기 위해서 목돈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저는 먼저 그 전세금으로 다른 더 큰 가치를 얼마나 가지고 올 수 있는지 계산하겠습니다. 그렇게 계산을 하다보면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집을 구매한다는 판단이 더 나은 판단이 되는 경우는 사실 잘 없습니다. 아무튼 자본으로 돈을 번다는 것은 스스로 공부해서 내가 가진 자본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는 곳에 자본을 넣어서 자본이 스스로 돈을 벌게 만드는 것을 뜻합니다.


가치는 다른 사람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전달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을 말합니다. 큰 의미에서 돈을 번다는 것은 전부 가치를 전달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것입니다. 직장도 회사가 원하는 능력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내가 가진 그런 가치를 회사가 정한 규정대로 전달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받는 것이고, 장사와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돈을 벌고 싶다면 지금 내가 상대방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그 가치의 대가가 합리적으로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것에 대한 정답이 바로 돈을 버는 수단이 됩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버는 능력에서 단계를 알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드시 이 단계를 거칠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먼저는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정도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꿈이 큰 사람들이 있는데 행동을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용돈도 받아 쓰고 앞가림을 못하면서 꿈만 큰 사람들이죠. 당장 자신의 앞가림을 할 능력은 없으면서 세상을 구할 능력을 가지려고 한다면, 남을 도울 능력을 가지려고 한다면 순서가 잘못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남을 돕는 일이 무조건적으로 좋은 일이니 꼭 해야 한다고 아이에게 말해주고 싶지 않습니다. 남을 도우는 일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자립하는 것이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스스로 자립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버는 능력을 갖춘 상태가 되고 난 후에 남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맞고 늦지 않다고 말이죠.


그래서 지금 당장 돈을 벌기 위해서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아무런 경험, 능력이 없는 상태라면 '시간'과 '노력'을 팔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으면 됩니다. 구직사이트에 들어가면 시간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시간별로 다른 가격을 책정한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주간 업무라면 최저시급인데 야간업무라면 최저시급의 1.5배를 쳐주기도 합니다. 휴일이라면 2배를 쳐주기도 합니다. 그 속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시간을 내가 제공할 수 있는지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죠. 대게 단순업무의 제조업이나 간단한 아르바이트가 해당이 됩니다.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시간과 노력뿐인데 많은 대가를 받기를 바라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고용하는 사람은 잘 압니다. 세상에 시간과 노력을 파는 사람은 넘쳐난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래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소개하기도 합니다. '시간'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니까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두고 고민하는 것도 사실 큰 의미가 없는 것이죠. 지금 당장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시간과 노력이라면 말입니다. 잘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가치'가 되었을 때야 비로소 고민할 의미가 생기는 것입니다.


저는 부자가 아닙니다. 그래서 부자가 되는 방법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나 저도 부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고 많은 공부를 했으며 지금도 부자가 되기 위해서 사업을 하고 있기에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대가를 받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많은 사람', '대가', '가치'입니다.

시장을 보고 많은 사람이 존재하는 곳에서는 적은 대가를 받고 적은 가치를 전달해서 부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모나미 볼펜은 세상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저가형 볼펜을 만들어서 적은 대가를 받고 큰 기업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적은 곳에서는 큰 가치를 전달하고 큰 대가를 받아 부자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건물을 지어서 판매하는 것이 되겠습니다. 특히 고급 건물들은 구매할 수 있는 사람들은 적지만 대가와 가치가 커서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죠. 여러분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대가를 받고 전달하는 것이 바로 사업의 핵심입니다. 그럼 지금 '마케팅'을 배우고 '가치의 가격'을 정하고 '판매'를 시작하면 됩니다.


돈에 대해서 필요한 능력의 우선순위를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만 돈을 버는 능력은 사실 가장 중요한 능력일 수 있습니다. 벌지 못한다면 불리는 것, 모으는 것, 지키는 것 등은 전부 무의미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돈 걱정을 하지 않고 살고 싶다면, 혹은 부자가 되고 싶다면, 혹은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면 반드시 돈을 버는 능력을 가져야 합니다. 반드시 돈을 버는 능력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의식을 내려놓고 지금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일단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 후에 더 많은 능력을 위해서 노력하여 서서히 올라가야 합니다.


돈을 번다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은 언제 어떤 순간이라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화 '엽문'을 보면 부자였던 엽문은 일본의 침략으로 인해서 집을 빼앗기고 가난해집니다. 가진 것을 모두 잃어서 쌀이 떨어져 굶기도 합니다. 하지만 엽문은 '돈을 버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예전의 자신의 모습이나 가치관에 상관없이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알았기 때문에 나가서 구직을 하고 공사판에 나가서 고된 일을 하면서 돈을 법니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 상황에서 그가 가족을 굶기지 않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었습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엽문을 보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힘들겠다고 위로하는 아내에게 엽문이 했던 말이 기억이 납니다.


"괜찮소. 나가서 벌어야지. 세상 모든 일에는 처음이란 것이 존재하는 법이니까요."


돈을 버는 능력은 지금 당장 먹고 살 수 있는 자립을 위한 최소한의 능력을 말합니다. 그 이상의 부자가 되는 방법은 전문적인 방법으로 더 깊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스스로 자립을 할 정도로 돈을 버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절대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너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니? 아버지는 알고 있단다. 네가 엄청난 가치를 가진 사람이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나 그 사실을 세상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은 아니란다. 때로는 억울할 수도 있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네가 가진 그 가치를 세상에 내놓고 증명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그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란다. 그러니 네가 가진 가치를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드러내야 한단다. 그렇게 드러내야만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고, 너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며, 그 대가를 받을 수 있단다. 만약 가치를 모르겠다고 한다면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최소 능력을 갖추는 것이란다. 네가 잠을 자고 편안하게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서, 배가 고플 때 배를 불릴 수 있기 위해서, 추울 때 옷을 입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 능력을 갖추어야 한단다. 네가 시간과 노력을 팔아서 벌 수 있는 돈은 대게 한 달에 300만원도 채 안 될거기 때문에 맞춰서 너의 생활을 꾸려야 한단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보다 많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서 신용카드나 대출을 이용해서 미래의 자산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절대로 그래서는 안 된단다. 세상은 네가 책임질 수 있는 한도내에서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 당장 네가 책임질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데 문제없는 최소한의 능력을 만들어야 한다. 그건 아마 능력보다는 '각오'가 필요한 일이야. 시간은 누구나 있으니 말이다. 부자가 된다는 것은 많은 돈을 가진다는 의미도 있지만 다른 면에서는 필요가 충분하게 채워졌다는 것을 의미한단다. 가장 먼저 너의 필요를 충분하게 채우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단다. 빚이 있다면 빚을 청산하는 것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단다. 아버지는 할 수 있는 최대한 돈에 대해서는 너에게 관여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할거란다. 네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돈에 대해서 많은 교육을 해주겠지만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그 어떤 관여도 하지 않을 생각이란다. 쉽지 않겠지. 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네 엄마와 의견이 합치가 되었단다. 그러니 너를 돕는 것은 부모의 선택에 의한 것이지 절대로 너의 권리가 아니고 부모의 의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가진 것이 없는데 고급 차, 고급 집을 사기 위해서 우리는 너를 돕지 않을 거란다. 가진 것이 없는데 분수에 맞지 않게 결혼한다고 했을 때 그 결혼식에 대한 비용도 너를 돕지 않을 거란다. 냉혹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 그러나 세상은 네가 자립해야 하는 공간이며 너를 돕는 사람들은 모두 오롯이 자신만의 생각과 선택과 판단으로 돕는 것이기에 처음부터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란다. 가족이지만 절대로 돕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자립할 때 비로소 행복한 가정이 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구나. 도와주지 않으므로 부모의 의무를 회피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립하도록 도우므로 부모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이란다. 그러니 부디 바라건대 부모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린 언제나 같은 마음으로 네가 세상에 온 그 순간부터 너를 사랑하고 그건 절대로 어떤 순간이 와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2. 돈을 버리는 능력


돈을 버는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체로 오는 시험은 바로 돈을 버리는 능력에 대한 시험입니다. 그래서 두번째로 '돈을 버리는 능력'에 대해서 말하고자 합니다.

세상에! 돈을 버는 능력을 말해놓고 이제는 버리라고? 심지어 버리는 것이 능력이라고!?

네 맞습니다. 돈을 벌 줄 아는 사람은 돈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근데 쓰면 쓰지 왜 버리라고 표현한 것일까요? 돈이라는 것은 욕망과 직결되기 때문에 버려야할 때 버리지 못하면 훨씬 큰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이나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은 눈 앞에 있는 돈이 있으면 버리지 못합니다. 그 바람에 잘못된 선택을 하여 가진 것을 전부 잃기도 합니다. 영화 타짜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잡았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위험할 때야"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가진 것을 모두 잃게 될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세상에는 눈 먼 돈이 많이 있습니다. 정말로 돈이 깔린 상황도 있지만 반대로 그런 희망만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기가 대표적으로 그렇습니다. 돈을 벌려고 하다가 돈을 다 잃게 되는 순간입니다. 세상은 애석하게도 우리 편이 아닙니다. 세상에는 돈에 눈이 먼 사람들이 무수히 많고 그런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타인의 돈을 빼앗을 수 있는지 노력을 기울여서 고민합니다. 그리고 많은 불법들이 귀를 간지럽히기도 합니다. 그러니 때로는 돈을 버릴 줄 아는 능력이 자신과 자신이 가진 돈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제가 서울에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저는 사기와 불법을 모두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전재산이 200만원 정도였습니다. 이는 저의 전부였습니다. 근데 일을 하려면 노트북이 필요했는데 노트북은 200만 원이 전재산이 저에게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새 것으로 구매하는 것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지요. 중고사이트를 전전했는데 저는 욕심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불할 수 있는 돈보다 훨씬 더 좋은 가치의 물건을 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당연하게 보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당연한 마음이 욕심이 되어 발목을 붙잡습니다. 애석하게도 그 욕심은 제 눈을 멀게 만들었습니다. 누가봐도 200만원 상당의 좋은 제품인데 3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저는 대화를 했습니다. 중고나라 사기였습니다. 저는 그가 시키는대로 계속해서 30만 원씩 보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물건을 구매하려고 보냈는데 그 다음부터는 보낸 돈을 잃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보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제 통장의 돈은 다 빠져나가고 없었습니다. 다행이죠. 200만 원이 아니라 더 많은 돈이 있었다면 아마도 모두 잃었을 겁니다. 저는 통장에 돈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인에게 찾아가 돈을 빌려달라고 했습니다. 미쳤었죠. 그때 지인은 평소 돈을 빌려달라고 말하던 제가 아니어서 이유를 물었고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사기라고 말해주더군요. 그때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날 저는 바로 증거를 챙겨서 경찰서로 가서 고소를 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범인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고소를 하고 난 후에 경찰서 앞에 앉아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저는 속으로 '그래 어차피 살면서 한 번은 당할 사기인데 200만 원이면 다행이야.'라고 저 자신을 위로하고 남은 2만 원으로 치킨을 사먹고 털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계기로 사기를 당하지 않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죠.


저는 이후 생활고에 부딪히게 되었고 열심히 일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이 저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그 지인은 불법적인 일을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정확하게 모르지만 성매매 업소도 운영했고 그 일로 감옥도 다녀온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지인이 저에게 와서 자기가 이번에 금융업을 시작할 계획인데 저보고 수금책을 맡아보는 것이 어떻냐고 제안한 겁니다. 저는 운동선수 출신이어서 덩치도 크고 얼굴도 잘생긴 것이 아니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서 무서울 수도 있는데 그런 점이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빌려준 돈을 합리적인 이자와 함께 받는 일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갚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직접 찾아가서 돈을 받기도 한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사채업자죠. 겨드랑이에 검은 가방을 끼고 금목걸이와 금팔지를 하고 검은 정장을 입고 돈을 받는 일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월급은 당연히 눈이 돌아가도 될 만한 정도를 제시하더군요. 저는 굶었으면 굶었지 남에게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말하고 끊어냈습니다. 다행입니다.


첫번째 사기를 당한 일에서 만약 저에게 30만 원을 버릴 능력이 있었다면 어땠을까요? 200만 원이 아니라 30만 원으로 피해를 줄였을 겁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가려내어 사기 자체를 당하지 않았겠죠. 두번째 사채업을 권유받았을 때는 저에게 그때의 형편을 모두 개선할 수 있는 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혹이 왔지만 저는 그 돈을 버리는 선택을 함으로써 제 인생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지인은 돈을 버리는 능력이 없었습니다. 감옥에 가기 전에도 후회를 하는 모습을 보였고 제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새출발을 하면 된다고 조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그는 다시는 불법을 하지 않겠다고 제 앞에서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건 소용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돈을 버리는 능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불법으로 쉽게 한 달에 수천만 원을 벌었습니다. 그 달콤함을 버리지 못한 것이죠. 그는 아마 앞으로도 계속 감옥을 들락날락 할 것입니다. 세상에 비밀은 없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으니까요.


돈을 버리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세상의 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대부분 올바르지 못한 선택은 급박한 상황이나 욕심에 의해서 하니까요. 그래서 용기가 있어야 합니다. 모든 유혹은 분명 이익이 된다고 말합니다.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유혹이라고 말하니까요. 그래서 그런 유혹을 단호하게 끊어낼 용기가 필요합니다. 쉽게 생각하는 방법은 과연 내가 그런 이익을 받을 만한 가치를 제공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됩니다. 중고사이트에서 노트북을 구매할 때 저는 그런 가치를 제공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사고가 터진 것이었죠. 욕심을 내려 놓고 버릴 용기가 있다면 웬만해서는 돈을 버리지 못함으로 잃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아이에게

어쩌면 돈을 버는 능력보다 더 중요한 능력이 돈을 버리는 능력이 아닐까 싶구나. 세상에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노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단다. 그리고 인간은 이타적이기보다는 이기적인 경우가 많아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그 어떤 짓도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많이 있단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고자 할 때 대게 마치 너에게 이익이 되는 것처럼 예쁘게 포장해서 들고 오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 포장지 속을 들여다보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단다. 그 포장지는 대게 돈이라는 형태로 된 경우가 많이 있단다.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포장지는 버리듯이 돈이라는 포장지를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단다. 그보다는 포장지 속을 들여다보는 지혜가 필요하겠지. 정말로 좋은 사람들은 큰 호의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베푸는 사람들인데 아버지는 네가 혹여나 세상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볼까봐 두렵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해주자면 호의라는 것은 네가 베풀 때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풀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받을 때는 그 호의마저 책임질 수 있는 정도만 받도록 하는 것이 좋다. 대게 사기꾼들은 자신이 호의를 베푼다고 말하니 말이다. 그리고 세상 모든 것은 동등한 가치교환이 일어난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아닌 경우도 더러 있지만 대게는 그렇단다. 인간의 이기심은 최소한 동등한 가치를 교환하고자하고 대게는 조금은 유리한 교환을 하고자 한단다. 그러니 너에게 무언가를 준다면 최소한 그것과 동일한, 대게는 그보다 조금 더 큰 무언가를 너에게 대가로 바라는 것이란다. 네가 그 대가를 지불하는데 있어서 자유의지로 지불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단다. 너의 자유의지와는 상관없이 대가를 자신이 원하는 만큼 빼앗아가는 일들도 있단다. 중요한 것은 네게 오는 그런 호의를 받지 않아도 너에게는 수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이란다. 그리고 때로는 네가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는 경우도 있단다. 네가 믿고 또 도움을 준 적이 있기에 사실상 마음만 먹으면 그런 사람들은 너에게 유혹할 명분이 충분히 있단다. "네가 나를 도왔으니까 나도 너를 도우려고 하는다..."이런 식이로 말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기는 모르는 사람이 아니라 잘 아는 사람에게 당한단다. 그래서 너에게는 더욱 더 진짜와 가짜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단다. 용기를 가져야 한다. 네가 스스로 살아낼 수 있다는 용기, 남에게 도움을 받기 보다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용기, 네가 선택한 것에 대해서 책임질 용기. 돈을 버리는 능력은 사실 용기에서 나온단다. 후회가 두려운 사람들이 잘못된 선택을 더러 하기도 하니까. 그러니 네 것이 아닌 것에 대해서는 욕심을 내지 말고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돈을 버는 능력은 서서히 만들어도 돈을 버리는 능력은 언제나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3. 돈을 지키는 능력


돈을 벌고 버리는 능력이 있다면 이제는 돈을 지켜낼 줄 알아야 합니다. 세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돈을 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말이죠. 그래서 안타깝지만 두 눈을 부릅뜨고 돈을 지켜야 합니다. 생각해보니 돈이라는 표현보다는 권리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세계에서 권리는 곧 돈이니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권리를 알지 못해서 그 대가로 돈을 지불합니다. 대체로 권리를 지키는데 필요한 돈은 버는 돈만큼이나 큽니다. 그렇기에 권리를 지키는 것은 곧 가진 모든 돈을 지키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


저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취득하여 지금도 공인중개사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작년에 결혼하고 신혼집을 마련하고 계약을 하는데 집이 '신탁등기'라는 사실을 알고 저는 신탁등기가 된 집에 입주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공인중개사의 법적의무와 임차인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저의 권리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임대인측에서 필요서류를 갖추지 않았고 그 서류들은 전부 굉장히 중요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입주 전 서류를 보완하겠다는 내용을 특약으로 넣어서 계약을 진행하였고 저희는 입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입주를 한 지 3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필요서류는 보완되지 않았고 저는 이에 대해서 강력하게 항의를 했습니다. 하지만 뻔한 래퍼토리만 돌아올 뿐이었습니다. 공인중개사는 나몰라라, 임대인은 주겠다는 기약없는 약속만. 그래서 저는 모든 증거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계약을 무서워하는데 가족과 한 아주 작은 계약이라도 계약은 사실 굉장히 무섭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계약하는 순간부터 당사자와 관계자와의 모든 상황이나 대화를 녹음하고 증거를 남깁니다. 그 증거를 토대로 저는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통보를 하였고 너무나 완벽한 증거 앞에서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은 어느새 완전 을이 되어서 싹싹 빌었습니다. 그 결과 저는 이사가기 전까지 무상임대, 이사비용 전액, 이사하는 집의 중개수수료, 내가 지불한 중개수수료까지 다시 돌려받아서 이사를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렇게 저의 권리를 찾는 능력이 없다면 저는 보증금 전체와 집을 잃고 신혼에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은 그러던가 말던가 사실 상관이 없었고 심지어 그렇게 무책임하면서 중개수수료와 월세 등 자신들의 이익은 꼬박꼬박 챙기고 있었습니다. 이 일로 저는 전재산을 지켰고 나가야 하는 손해도 모두 지킬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례는 얼마 전 출퇴근을 하는 아내를 위해서 전기자전거에 구독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서 제가 드리는 말씀인데 구독형 전기자전거는 전부 똑같습니다. 그러니 전기자전거를 이용할 분들은 이 글을 반드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회사는 꽤나 큰 회사였습니다. 네이버에 '전기자전거'라고 검색하면 5초도 안 되서 볼 수 있는 정도로 큰 회사이면서 심지어 리뷰도 좋았습니다. 사은품도 주고 디자인도 깔끔하니 필요한 경우 구독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구독을 했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안내를 받는 도중에 설명서를 동봉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쉽게 조립이 가능하다는 안내도 받았습니다. 그래서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는 말에 미조립된 상품을 받았는데 확인해보니 설명서도 없고 조립을 하니 작동도 되지 않았습니다. 300만 원 상당의 상품이었는데도 말이죠. 이후 문의를 하니 애초에 회사에 설명서가 없는데 잘못 설명했다고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도 받았습니다. 근데 그게 뭐가 중요할까요? 작동이 되지 않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니 수리를 보내어서 고객의 과실이면 출장비와 수리비를 청구한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억울했습니다. 아직 사용한 적도 없는데 수리라니요. 3년동안 300만 원의 구독료를 내고 써야 하는데 사용하기도 전에 수리된 중고제품을 써야 하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이건 마치 옷가게에서 옷을 샀는데 구멍이 났다고 말하니 수선해서 준다고 말하는 상황과 같은 상황이죠. 그래서 저는 그럴 필요없이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했습니다. 회사는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에는 남은 렌탈료의 20%와 수거비용을 위약금으로 지불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약 70만 원 정도의 위약금이었습니다. 아직 제품을 사용하지도 못했는데 해지하려면 70만 원을 내던지 아니면 수리된 상품을 받던지 알아서 해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이 일로 전자상거래법을 공부하였고 그 회사의 웹사이트를 전부 파헤쳐서 확인하였으며, 이용약관과 계약서를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정독하였습니다. 그 결과 법적으로 저는 청약을 철회할 권리가 있으며 회사의 귀책이므로 위약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당연히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정위, 소비자원에 신고도 했습니다. 그렇게 꼬박 3일을 회사와 하루 2시간 이상 사투를 벌인 결과 수거비 4만 원만 지불하고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습니다. 4만 원도 내기 싫었고 낼 이유가 없는데 더러워서 냈습니다. 광고로는 오로지 고객을 위한 회사인 것처럼 도배를 해놓고 상냥하고 서비스가 좋은 척하지만 이용약관과 계약서, 상담내용을 들어보니 버젓이 법에 위배되는 글을 써놓고 고객에게 고지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이익만을 부당하게 챙기는 것이었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이 일이 있고 난 후에 여러 구독형 전기자전거에 문의하였지만 더 심각했습니다. 아예 대놓고 위약금으로 렌탈료를 100%받는다고 말하는 회사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 일로 70만 원이라는 돈을 지켰습니다. 아니 하자가 있는 상품을 사용할 수도 있었으니 아내의 안전과 300만 원과 70만 원까지 해서 더 큰 것을 지켰습니다.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도 세상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법까지 어기면서 우리의 돈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지키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돈을 노리는 사람들도 한 두푼 이익을 얻고자 최선을 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돈을 지키는 능력이 없을 때 잃어야 하는 돈은 그 액수가 상당한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전재산이 될 수도 있고 한 달치 월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한 달에 5만 원도 내기 어려운데 그렇게 눈 뜨고 전재산을 빼앗기는 상황에서는 맥없이 무너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마 전기자전거를 해지하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요구하는 위약금을 지불했을 겁니다. 신탁 사기, 전세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은 전재산을 빼앗겼습니다. 우리가 가진 돈을 지키는 능력보다 그들이 가진 돈을 빼앗는 능력이 더 크면 피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돈을 지키는 최소한의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돈을 지킬 수 있을까요? 예민해야 합니다. 상황 판단에 예민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예민하게 굴어야 하며 싸움닭처럼 어디서든 싸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돈을 지키기 위해서 싸워야 하는 순간은 모두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즉 돈을 지키는 능력을 위해서는 전적이 전승이어야만 합니다. 한 번의 패배가 전재산을 잃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니 돈을 지키는 능력이 얼마나 큰 능력일까요. 노력해야 합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돈을 지키는 능력이 없으면 눈 뜨고 다 빼앗깁니다.


우리는 사실 부자가 아닌 이상 돈을 지키는 능력을 스스로 가져야 합니다. 부자들은 변호사를 선임하고 세무사를 선임합니다. 그들을 아예 직원으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한 번 법률상담을 받는 것조차 부담스럽습니다. 어떻게 가질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법'을 알아야 합니다. 전부 외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계약서를 잘 써야 합니다. 그리고 모든 상황에서 금전적인 것이 걸렸다면 상대가 누구든 반드시 계약서를 써야 합니다. 배우자, 부모, 형제, 친구 등 예외는 없습니다. 그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들을 확실하게 믿기 위해서입니다. 서운해하면 아예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돈을 빌려주려거든 받을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닙니다. 차용증을 써도 의미가 없습니다. 정확하게 갚는 날짜와 갚지 않는 경우 강제집행을 해도 된다는 조항이 있는 공증을 써야 그나마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받는 것도 아니고 받을 수도 있습니다. 없으면 못 받습니다. 그저 받을 권리가 생길 뿐이죠. 그나마도 없다면 돈을 빌려주고도 돈을 받을 권리도 없습니다. 돈이 걸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계약서를 작성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계약서만 잘 써도 돈을 잃는 상황은 별로 없습니다. 근데 매번 계약서를 작성할 수는 없잖아요? 옷을 살 때도 그렇고. 그래서 법적으로 계약은 형식의 자유를 허락한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구두, 서면 등 다 좋습니다. 물론 힘의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서 돈을 지키는 능력은 계약서를 잘 쓰는 능력입니다. 그럼 어떻게 계약서를 잘 쓸까요? 무조건 녹음을 해야 합니다. 계약하는 순간부터 그 사람과의 금전적, 계약상 관계가 종료될 때까지 상대방과 관련자들과의 모든 상황이나 대화를 녹음이나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번거롭지만 번거롭다고 하지 않을 경우 엄청난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계약서를 쓰기 전이면 관련해서 행사할 수 있는 권리와 상대방의 의무 등을 미리 파악해야 합니다. 그리고 상황을 예민하게 판단하여야 합니다. 그렇게 잘 써도 싸울 수 있는 거지 무조건 싸워서 이긴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싸울 수라도 있으려면 잘 써야 합니다.


전문가의 말도 믿지 마시기 바랍니다. 왜 일까요? 전문가도 돈따라 갑니다. 돈을 주는 사람의 말에 힘을 실어줍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보면 분명 악행을 저질렀는데 유능한 변호사가 등장하면 무죄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드라마속에만 존재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훨씬 심하고 치열합니다. 드라마에서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들을 아무리 잘 표현해도 실제로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마음만 못합니다. 전문가의 말은 참고할만한 신뢰가 있는 것이지 모두 맞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니 전문가의 말이라도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가 말하면 맹목적으로 믿습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라서 나보다 더 많이 안다는 선입견에 기가 죽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 임장을 다녀본 사람들은 알 겁니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지고 개업까지 한 사람들이 얼마나 모르는지 말입니다. 때로는 의사가 치료를 잘못해서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전문가의 말이라고 맹목적으로 믿어서는 안 됩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돈을 지키는 능력이 없다면 돈을 버는 능력, 모으는 능력, 불리는 능력은 모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아이에게


똑똑하다는 것은 시험에서 100점 맞는 일이 아니란다. 공부를 잘하는 것,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은 사회에서는 사실 큰 힘이 없단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판단을 잘 하고 눈치가 빠르고 상황에 예민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하고 똑똑한 것이란다. 아버지는 이러한 이유로 개그맨 장동민을 굉장히 좋아한단다. 아버지가 심형래를 잘 모르는 것처럼 장동민도 너에게는 그런 존재일 수도 있겠구나. 언젠가 TV프로그램에서 장동민이 많은 똑똑한 사람들과 대결을 했다. 장동민과 대결을 한 사람들 중에는 국회의원도 있고 하버드 대학교 출신, 서울대 출신, 의사, 변호사 등 사회적으로 똑똑할 거라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장동민은 그런 사람들을 보고 이렇게 말했단다.


"좋은 대학에 나오면 뭐해. 공부 잘하면 뭐해. 눈치가 없는데"


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장동민을 우습게 생각했는데 실제로 장동민이 우승을 했단다. 그것도 두 번이나. 장동민은 똑똑하기 보다는 예민하고 눈치가 빠르고 상황판단이 누구보다 빠른 사람이었단다. 아무리 100점을 잘 맞고 훌륭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그런 능력 앞에서는 힘을 쓰지도 못하고 무너졌단다. 그리고 아버지도 실제로 세상을 살아보니 눈치와 상황판단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단다. 똑똑해서 좋은 물이 어디있는지, 좋은 풀이 어디에 있는지 그 누구보다 잘 알아도 눈 앞에 악어가 있는지 상황을 판단하지 못하면 죽는 사슴처럼 세상이 말하는 똑똑함이 전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단다. 눈치를 보면서 상황을 판단하고 조심스럽게 물을 마실 줄 아는 사슴이 훨씬 더 오래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인간은 순수해야 한다. 그러나 순진해서는 안 된다. 간사한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은 둬도 순진한 사람은 절대로 그냥 두지 않는단다. 그러니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순수하되 순진하지 않아야 하고 눈치를 보지 않되 상황판단을 잘 해야 한단다.


특히 돈이 오가는 상황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단다. 돈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없으면 그만큼 비참한 것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단다. 때론 가난한 사람들이 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며 돈을 등한시 하기도 하는데 인정하기 싫지만 대부분의 비참한 상황은 돈이 없으므로 인해서 발생하게 된단다. 인성이 돈보다 더 중요하기에 돈으로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되지만 반대로 인성이 올바르지 못한 사람이 돈으로 네게, 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피해를 주려고 할 때는 맞설 줄 알아야 한단다.


계약서를 잘 써야 한다. 계약을 하는 모든 상황에서 너에게 부당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주저하지 말고 요구하고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차라리 계약을 하지 말아야 한단다. 네가 책임질 수 있고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내에서는 양보할 줄도 알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단다. 경찰이라도 대통령이라도, 심지어 부모인 나도 너를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많이 있단다. 그럴 때마다 너는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모르면 그럴 때마다 언성을 높이고 폭력을 쓰고 무력을 써서 자신의 합당함이나 억울함을 토로하는데 정중하게 또 냉정하게 너의 권리를 피력하고 챙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아가 자신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그들을 멍청하다고 욕하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해서 그들의 편에서서 그들과 함께 싸워주고 그들을 위로할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단다.


만약 돈을 지키지 못한 경험, 권리를 지키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면 깊이 생각해야 한다. 그때의 감정이나 피해에 대한 생각은 내려놓고 이성적으로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그 상황속으로 들어가서 어떻게 대처하고 어떻게 맞서야했는지 깊이 생각해서 피해경험이라도 모두 너의 것으로 만들어야 다음에 같은 상황이 왔을 때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단다. 어른은 자신의 권리를 지킬 줄 아는 사람이란다. 그리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 줄 모르는 사람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온전히 지켜낼 수 없단다. 네가 사랑하는 배우자, 연인, 부모, 형제, 자녀 모두 지켜낼 수가 없단다. 돈을 지키는 방법은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지킬 줄 아는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생각보다 내용이 너무 길어져서 나머지 3개는 다음 편에서 계속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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