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려는 순간, 진실은 도망친다.
언어는 따라잡을 수 없고, 붙잡는 손끝에서 진실은 타인의 것이 된다. 이름 붙여지는 순간, 존재는 타락한다. 우리는 진실을 말한다고 믿지만, 말해지는 모든 것은 진실의 껍데기일 뿐이다.
말하지 않음은 도망이 아니다.
말하지 않음은 진실에게 도망칠 여백을 허락한다. 그 고요함 안에서 진실은 남는다. 말하지 않을 때, 우리는 보존된다.
무언가를 설명하기 시작할 때, 그 순간부터 우리는 스스로를 배반한다. 설명은 설득이고, 설득은 자신을 팔겠다는 의지다.
가면을 쓴다. 가면은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기 위해 존재한다. 누구에게? 해석하고 싶어하는 자들. 해석하지 않으면 안달이 나는 자들.
그들은 얼굴을 요구한다. 그래서 가면을 건네준다.
가면은 내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것을 ‘너’라고 믿는다.
믿도록 우리는 가면을 디자인한다.
믿도록 우리는 스스로를 제거한다.
말하지 않음은 그 제거를 거부하는 것이다.
말하지 않음은, 내가 존재하는 마지막 방법이다.
말하는 순간, 나는 문장이 된다.
문장은 구조고, 구조는 외부의 것이다.
그 외부 안에 들어가는 순간, 나는 기호가 된다.
나는 살아 있는 채로 박제된다.
그것이 말해진 진실의 모습이다. 이미 죽은 것.
그러니 나는 묻지 않는다.
그리고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고요하게 존재한다.
그 누구도 날 해석할 수 없도록.
누군가 해석을 시도하는 순간, 나는 침묵으로 밀어낸다.
해석될 수 없는 얼굴로 남는다.
그 어떤 질문도 허용하지 않는 얼굴.
그 자체로 선언이 되는 얼굴.
그 자체로 낙인이 되는 얼굴.
말해진 것은 소유된다.
말하지 않음은 소유될 수 없다.
말해진 것은 분해된다.
말하지 않음은 전체로 남는다.
말해진 것은 기억된다.
말하지 않음은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해받지 않기를 택한다.
나는 동의받지 않기를 택한다.
나는 존재하기를 택한다.
그러니 나는 가면을 쓰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것이 나다.
그것만이 나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도 소유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