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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살아내다 보면

이근배-살다가 보면

by 소걸음

28. 살아내다 보면/이근배-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 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 『살다가 보면』, 이근배, 시인생각(2013.05.10)




이근배 시인의 「살다가 보면」에 부쳐 - 살아내다 보면


살아내다 보면


살아내다 보면

넘어진 그곳에서

다시 일어설 때가 있다


사랑을 숨기려던 곳에서

사랑이 꽃피울 때가 있다


눈물을 닦아낸 그 자리에

웃음이 번질 때가 있다


살아내다 보면

떠나보낸 사람을

다시 가슴에 품기 위해

기억을 꺼낼 때가 있다


떠나보냈던 것들이

다시 돌아와

빛 속에서 만나

사람다운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아내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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