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리-지금 오는 이 이별은
지금 오는 이 이별은
이 나이에 오는 사랑은
다 져서 오는 사랑이다
뱃속을 꾸르럭거리다
목울대도 넘지 못하고
목마르게 내려앉는 사랑이다
이 나이에 오는 이별은
멀찍이 서서
건너지도 못하고
되돌이키지도 못하고
가는 한숨 속에 해소처럼 끊어지는 이별이다
지금
오는
이 이별은
다 져서 질 수도 없는 이별이다
― 『이 환장할 봄날에』, 박규리, 창작과비평사(2004.02.15)
지금 오는 이 별은
이 나이에 만나는 별은
저물어가는 것들 위에 내려앉아
나를 다시 밝히는 등불이다
오랜 길을 돌아 이제야 눈부시게 도착한
작고 환한 별이다
이 나이에 만나는 별빛은
두 팔 벌려 힘껏 안아
가슴으로 품으면
온몸이 환해지는
선물 같은 별빛이다
지금
오는
이 별은
더 이상 질 수 없는 별이다
그 별은
이 나이에 만나는 시(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