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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고

by 구름 위 기록자

몇 달이 흘렀다.
연재 에피소드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도 하나둘 글로 옮기기 시작했다.

내 손끝에서 작은 창작물이 태어나는 기쁨,

글을 쓰며 시간을 되돌아보는 즐거움에 나는 점점 더 몰두했다.

마치 나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닦아가는 듯했다.


글은 차곡차곡 쌓였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 이 정도면 한 권이 될 수도 있겠는데?”


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내 SNS는 온통 ‘책 쓰기’, ‘투고’ 이야기로 가득 찼다.
읽는 책도 늘었고, 머릿속은 매일 ‘어떻게 글을 더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까’,

‘내 글을 누군가 투자할 만큼 가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으로 가득했다.


그때, 문득 할머니가 떠올랐다.
글을 좋아하셔서 문화센터에서 글을 배우시고, 언제나 원고지를 곁에 두셨던 분.
어느 날 수료와 함께 책을 내셨다는 소식을 전해주셨다.
그때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책꽂이에 꽂힌 두 권의 책도 끝내 펼쳐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 열정과 꿈이 고스란히 마음에 닿았다.


비록 문화센터에서 엮은 책일지라도, 그 안에는 누군가의 진심과 시간,

그리고 인내가 녹아져 있었다.

그 작은 글들 위에 얼마나 많은 퇴고와 첨삭,

그리고 고민으로

멈칫했던 밤들이 쌓였을까.
그리고 마침내 책이 되었을 때의

그 벅찬 순간은 또 얼마나 뜨겁고 찬란했을까.


나는 늘 다른 사람들의 책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어떤 행운으로 이렇게 책을 냈을까?”


하지만 그것은 행운 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꿈꾸는 동안, 그들은 이미 원고를 완성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심했다.
나도 그 길을 걷기로.


첫 투고.

7월의 첫날, 나는 조심스레 메일을 보냈다.
원고 파일과 기획서를 첨부하고, 짧은 인사말을 덧붙였다.
‘부디 잘 읽히기를.’


그리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한순간의 클릭이었지만,
내게는 나의 꿈으로 향한 가장 큰 도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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