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제이 – I’ll Never Know Why
말하지 못한 작별이 남기고 간 마음에 대하여
작별을 준비할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노래는 아주 조용히, 작은 신스음 하나가 잔물결처럼 떨리며
시작된다. 슬픔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처럼.
그 위에 제시 제이의 목소리가
한 겹 한 겹 조심스럽게 얹혀진다.
뮤직비디오 속 그녀는 울음을 꾹 누른 채 노래하고 있다.
화려한 퍼포먼스도, 세련된 장면 전환도 없다.
오직 목소리와, 감정을 견디는 한 사람의 표정만 있을 뿐이다.
노래의 설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노래가 어떤 방식으로든,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모든 사람에게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깊고 어두울 수 있는 슬픔 속에서도
음악은 그 손을 잡아줄 수 있고,
힘이 닿는 한 함께 걸어줄 수 있다고
그녀는 믿는 것 같다.
그녀의 노래는 말없이 다가온다.
마치 이렇게 조용히 속삭이는 것처럼.
“나는 너의 모든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할 순 없어.
그럴 자격도 없고, 감히 단정할 수도 없어.
하지만 너를 생각하며 나도 함께 울어줄 수 있어.”
이 노래를 들은 건 출근길 라디오였다.
단정하고 담담한 곡이었다.
가사와 선율이 그저 마음에 계속 남아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뮤직비디오를 찾아보았고
나는 그 안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가사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
'How could you say goodbye without saying goodbye'
어떻게 작별도 없이 작별을 말할 수 있니.
가장 슬픈 이별은
우리가 미처 눈치조차 채지 못한 채 찾아오는 이별일지도 모른다.
아무 말도 남기지 못한 채 닫혀버린 이별.
“사랑해”라는 너무나 단순한 한 마디조차
더 이상 전할 수 없게 되어버린 순간.
그리고 또 하나의 구절이 마음을 붙잡았다.
'I just want you to know that you’re still loved like you’re alive.'
살아 있는 것처럼 지금도 네가 사랑받고 있다는 걸 그저 알았으면 좋겠어.
뮤직비디오의 댓글에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의 마음이 빼곡히 적혀 있다.
그 낯선 이들의 슬픔이 서로를 감싸며
보이지 않는 손을 맞잡고 있었다.
며칠 전, 홍콩에서 갑작스러운 화재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숫자로는 다 세어지지 않는 삶, 가족, 일상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사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지만
누군가는 말하지 못한 작별과 함께
지금 이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 시간을 견디고 있을 것이다.
이 글이, 그리고 이 노래가
그 슬픔 속에 있는 누군가에게
아주 작게나마 닿기를 바란다.
단 한 사람이라도
“당신의 상실이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의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멀리 있어도, 만나본 적 없어도,
그 마음을 함께 품는 일이 가능하다고
나는 믿고 싶다.
세상에는 말하지 못한 이별이 너무 많다.
준비 없이 다가온 작별,
남겨진 사람만의 시간이 되어버린 상실.
오늘 내가 쓰는 이 한 줄이
누군가의 가슴에 조금이라도
위로로 내려앉기를 바란다.
당신의 상처와 추억과 상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누군가를 잃어버린 당신 또한
혹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당신 역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https://www.youtube.com/watch?v=bLORby6KE_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