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로 시작되는 우리의 하루
징크스(Jinx)는 이상한 힘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 같지만, 막상 겪고 나면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 없다.
승무원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브리핑 룸에 앉아 하루를 시작하기 전, 각자의 작은 의식이 하나씩 있다.
어느 날, 장거리 비행을 앞두고 모두가 브리핑에 모였을 때였다.
한 크루가 수첩에 비행 정보를 적다가 펜을 떨어뜨렸다.
툭. 소리와 함께 펜이 바닥을 굴렀고, 그녀는 곧장 얼굴을 찡그렸다.
“아… 이거 안 좋은 징조인데.” 우리는 웃으며 물었다.
“펜 떨어뜨린 게 왜?”
그녀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나 이 펜 떨어뜨릴 때마다 꼭 비행이 엄청 바빴거든.”
그 말에 다른 크루가 나섰다.
“괜찮아. 나 오늘 말차라떼 마셨어. 이거 마시면 내 비행은 꼭 순조롭더라~”
그 순간, 브리핑룸엔 웃음이 퍼졌다.
매 비행이 진지하고 무거운 건 아니다. 우리도 틈틈이 웃는다.
그리고 그 웃음은, 때때로 말도 안 되는 징크스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조금 이상하지만, 모두가 갖고 있는 귀엽고도 진지한 징크스들이 하나씩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어떤 크루는 게이트 앞에서 몰래 비행기 기수에 손을 대고 기도한다.
“모두 무사히 착륙하게 해주세요.”
손끝으로 전하는 주문 같은 마음이다.
어떤 이는 비행 전에 늘 같은 자리, 같은 스텝으로 준비한다.
우리는 "오늘은 뭔가 순조로운데?" 같은 말은 절대 비행 중에 입에 올리지 않는다.
그 말을 꺼낸 순간, 꼭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일이 터졌다는 징크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끼리는 자주 말한다.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아직 비행 안 끝났어, 조용히 해!”
비행 중 “오늘 생각보다 쉬운데?”라는 말을 누군가 하면,
모두 동시에 그를 향해 눈을 흘긴다.
“쉿! 그런 말 하는 순간 콜벨 울릴걸?”
그리고 정말로… 바로 벨이 울린다.
나에게도 하나 있다.
비행 전에 유독 머리가 잘 안 말라붙는 날.
다급하게 드라이기를 다시 들고 머리를 고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중얼거린다.
‘아… 오늘 바쁘려나.’
그럴 땐 마음을 다잡는다.
‘아냐, 괜찮을 거야. 오늘은 괜찮을 거야.’
이건 그냥 심리일까? 아니면 나만의 작은 루틴일까.
아마 둘 다일지도 모른다.
작은 예감 하나, 소소한 행동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며
우리는 그날의 하늘을 준비한다.
비합리적이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하루.
그게 우리가 비행을 시작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