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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다시 돌아온 배롱나무의 철학

꽃은 순서를 말하지 않지만, 계절은 잊지 않고 꽃을 피운다

by 정써니

계절은 되돌아오고,

마음도 그 자리에 머문다.

꽃이 진 자리에

마음이 피었다


다시 돌아온 배롱나무의 꽃.

계절은 어김없이, 기어이 오고야 만다.

누가 부른 것도 아닌데,

때가 되면 피고, 또 진다.


자연은 참 묵묵하다.

순서도 정해주지 않았는데

한 꽃이 지면 기다렸다는 듯

다른 꽃이 조용히 피어난다.

그 안에 다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질서와 순응, 그리고 순환의 철학이 있다.


다시금 붉은 나무가 되어가는 배롱나무.

백일 동안 피고 지는 꽃이라 하여

‘백일홍’이라 불리는 이 나무는

그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피고 지며 무언가를 전하는 듯하다.


그 꽃말이 참 닮았다.

떠나간 벗을 그리워하고,

헤어진 벗에게 보내는 마음.

그래서일까.

이 꽃을 볼 때마다

떠나간 이들이 떠오른다.


"계절은 늘 같은 이름으로 오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해마다 다르다."


올해의 배롱나무는,

조금 더 붉고, 조금 더 아프다.

시간이 흘러도 바래지 않는 그리움이

다시 피어난 꽃 속에서 말을 건다.


“난 너를 그리워한다.”


꽃은 아무 말 없이 피고 지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마음에 큰 말을 남긴다.

그것이 자연이 가진 위대한 힘이자

아름다움의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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