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나를 지나가지 못했던 것처럼
잡지 못한 순간들,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들,
그 모든 것이 어둠 앞에 고요히 쌓인다.
— 시인의 노트中
하루를 보내며
여명은
아침을 불러냈다
숨 가쁜 호흡과
한낮의 열기는
또 다른 열정에
연 닿지 못하고
붉음을 토하며
조용히 저문다
지나지 못한 시간,
손댈 수 없는 마음
붉음과 푸름은
시나브로 하나 되어
어둠을 향한
길목에 머문다
규칙을 지키는
한 편의 서사시처럼
#시인의 노트
어떤 하루는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진다.
푸르름이 먼저 다가오고, 그 위로 태양이 뜬다.
몸 안에 쌓여가던 무언가가
한낮의 열기 속에서 천천히 움직인다.
하지만 열정은 언제나 닿을 수 없는 어딘가에 있는 듯하고,
시간은 그 끝에서 붉음을 남긴 채 저문다.
그렇게 또 하루가 흘러간다.
잡지 못한 순간들, 말로 꺼내지 못한 마음들,
그 모든 것이 어둠 앞에 고요히 쌓인다.
내가 보낸 하루는 사실,
내가 다 건너오지 못한 하루였다.
그럼에도 자연은 한 치의 어긋남 없이
자신의 순서를 따라간다.
그 질서 앞에 멈춰 선 나는
오늘도 한 편의 서사시를
조용히 읽고 있는 사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