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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메아리 같은 사람

나는 울림이 좋은 사람입니다

by 정써니
마음에 남는 건, 늘 말이 아니라 울림이었다


소리는 사라져도, 여운은 오래 머문다.


나는 울림이 좋다.

물리적인 소리나 진동이 아니다.

마음 깊은 곳에 닿아

한참이 지나도 잔잔하게 남아 있는

그런 여운 말이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가만한 눈빛,

스치듯 건넨 손짓 속에서

묘하게 흔들리는 마음을 느낄 때,

그 감정의 떨림이 나는 좋다.


감정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되돌아오는 것

서두르지 않아도, 느리게 오는 진심이 있다.


특히 메아리 같은 사람이 좋다.

내가 먼저 말을 건넸을 때,

즉각적이지 않아도

내가 보낸 거리만큼

되돌려주는 사람.


감정이란 건

항상 빠르게 오가지 않아도 괜찮다.

다소 늦더라도,

내가 닿은 만큼

되돌아오는 그 미묘한 반응 속에서

나는 진심을 읽는다.


상호작용은 반응보다 마음을 주는 방식이다

받았다는 말 대신, 느껴졌다는 기척.


상호작용이란

내가 보낸 감정을

다는 아니더라도

반에 반만이라도 느끼고,

거기에 반응해 주는 일 아닐까.


그 작은 움직임이

서로를 이어주는 다리가 되고,

마음을 오가는 길이 된다.


적당한 돼 바침,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는 감정의 되돌림이

우리를 연결한다.


결국 우리를 이어주는 건 말보다 조용한 마음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는, 때로 침묵도 반응이 된다.


사는 동안

수많은 사람과 스치고,

또 스며든다.

하지만 진짜 마음이

마주 닿는 순간은 드물다.


나는 그 순간들을

‘감정의 교제’라 부르고 싶다.

말을 주고받는 것보다,

그 사이의 공백을 함께 느끼는 일.


그 사람이 보내는 조용한 반응 하나에도

“나, 잘 받았어요.”

그 짧은 울림이 마음을 녹인다.


우리는 결국,

울림을 통해

살아 있다는 걸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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