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피는 국화, 뿌리 깊은 근성과 생의 의지
요즘 거리를 걷다 보면 무궁화를 자주 만난다.
햇빛을 받아 연분홍빛으로 번지는 꽃잎,
그 중심에 선명한 붉은색이 번져 있다.
그저 ‘우리나라의 국화’, ‘애국가 후렴부의 시작 단어’ 정도로만 알고 지냈던 이 꽃이, 하루만 피고 진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하루살이 꽃이라 불릴 만큼 짧게 피지만,
그 자리에 다른 꽃이 이어 피며 긴 여름을 버틴다.
피고 지는 것을 끝이 아닌 연결로 받아들이는 방식.
어쩌면 인생도, 역사의 흐름도 이와 같을지 모른다.
한 사람의 시간이 다하면 다른 사람의 시간이 이어지고, 그 모든 순간이 모여 긴 이야기 하나를 완성한다.
오랜 역사 속에서 무궁화는 늘 곁에 있었다.
외세의 수많은 침략과 시련 속에서도, 이 땅은 꺾이지 않았다.
무궁화 또한 진딧물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그 자리에서 버티며 다시 꽃을 피운다.
무궁화를 보며 나는 내 안의 ‘근성’을 떠올린다.
눈에 띄지 않아도, 힘들어도, 다시 피어나야 하는 이유.
그 이유는 누군가를 위한 책임일 수도, 스스로를 향한 약속일 수도 있다.
무궁화는 그 모든 이유를 말없이 품은 채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그날의 함성을 가능하게 한 수많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희생을 생각한다.
그들의 시간은 끝난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이어져 있다.
무궁화의 뿌리가 깊을수록 꽃이 다시 피어나는 것처럼, 그들이 지킨 오늘 위에 우리가 또 다른 내일을 피워야 한다.
그리고 나는 묻는다.
우리는 그날의 자유를 어떤 모습으로 이어갈 것인가.
무궁화의 하루는 짧지만, 그 하루를 이어 천년을 만든다.
우리의 하루 또한 누군가의 내일로 이어질 것이다.
그 하루가 부끄럽지 않도록, 우리 역시 꽃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사실이, 가슴 벅차도록 뿌듯하다.
하루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도 무궁화는 ‘영원’을 품는다.
꽃잎은 사라져도 뿌리는 남아, 계절이 바뀌면 다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