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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팩폭은 아프다. 그러나 성장의 거울이다.

날카로운 말이 남긴 상처, 부족과 무기 사이

by 정써니

팩폭은 마음을 찌른다.

하지만 그 찔림은 결국 나를 다시 세우는 시작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누군가의 직설적인 말 앞에서는 흔들리고, 때로는 상처받는다. 나 역시 그랬다.

내 창작의 태도, 나의 습관, 나의 방식이 차례차례 ‘팩폭’이라는 이름으로 해부될 때, 솔직히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팩폭은 맞을 때마다 가슴을 콕 찌른다.

“너는 완벽주의자야.” “너는 집중력이 부족해.” “너는 신비주의 콘셉트 뒤에 숨어 있어.” 듣는 순간, 억울하기도 하고, 반박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그 안에 내가 미처 보지 못했던 나의 모습이 담겨 있다.


팩폭은 결국 나를 비추는 거울이었다.


팩폭이 주는 아픔은 분명히 있다.

마치 세게 한 대 맞은 것처럼 순간적으로 욱하고, 서운하다. 그러나 그 아픔을 지나고 나면 마음 한구석이 정리된다.

누군가의 직선적 언어는, 내가 모호하게 감추거나 애써 합리화해온 부분을 들춰낸다.

그 과정이 괴롭지만, 그 덕분에 나는 다시 나를 세울 수 있다.


나는 다방면의 취미를 가진 사람이다.

시, 그림, 캘리, 사진.... 하고 싶은 건 많지만,

무엇 하나 깊이 있게 터뜨리지 못했다는 지적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꼭 단점일까?

한 방은 없지만, 여러 갈래의 감성이 모여 나만의 색을 만든다.


팩폭은 나의 부족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나의 무기를 발견하게도 한다.



‘작품 중심의 나’를 보여주고 싶다. 그런데 누군가에겐 그것조차 “숨는다”는 팩폭으로 다가온다.

사실은 스스로를 지키려는 방패였는데, 보는 눈에 따라 가면처럼 비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팩폭은 이렇게 두 얼굴을 한다.

상처로 다가오지만 동시에 성찰의 기회를 준다.

내 의도를 넘어선 해석이 누군가의 입을 통해 돌아올 때, 나는 내 방식이 가진 그림자까지도 들여다보게 된다.


결국 중요한 건, 팩폭이 날카롭게 베고 지나간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붙잡느냐이다.

아픔만 기억할 수도 있고, 거울을 통해 성장할 수도 있다.

나는 후자를 택하려 한다.

언젠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도 거울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면서.


*사진출처..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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