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약보다 천천히 깊게 스민다.”
추석 연휴 첫날, 이유 없이 허리가 아팠다.
똑바로 서지도 걷지도 못할 만큼.
병명은 추간판탈출증, 흔히 말하는 디스크였다.
맏며느리로서 명절 음식을 혼자 준비해야 하는데
‘조금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던 기대와 달리
통증은 쉬지 않고 나를 괴롭혔다.
연휴가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대기실은 이미 사람들로 붐볐다.
두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내 차례가 되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연휴 첫날부터 허리가 아팠어요.
똑바로 서기도, 걷기도 힘들어요.”
“다리가 저리진 않아요?
왼쪽, 오른쪽 어디가 더 아픈가요?”
“… 왼쪽이 조금 더요.”
“그 얘기 아까 하셨잖아요.”
“???.... 제가 그 얘기 안 했는데요…”
의사는 더 묻지 않았다.
“일단 주사 맞고, 그래도 아프면 MRI 찍으세요.
밖에서 기다리세요~”
그게 전부였다.
두 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1분도 안 되는 진료.
환자의 이야기를 들을 마음이 없는 의사 앞에서
나는 환자가 아닌 그저 의료수가를 올리는 숫자 중 하나였다.
병원을 나서는 길,
허리보다 마음이 더 아팠다.
그날 이후 문득 생각했다.
‘친절이란 결국 마음의 언어가 아닐까.’
몸의 통증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따뜻하지 못했던 말이 남긴 흔적이었다.
진심 어린 한마디,
그 짧은 온기가
때론 어떤 치료보다
더 큰 힘이 된다.
그리고 깨달았다.
친절은 기술이 아닌 태도이고.
배려는 의무가 아닌 선택임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도는 말 한마디,
빛 하나로 정해진다.
우리가 나누는 모든 순간은 결국 '인간다움'을 증명하는 시간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