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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가을은 키 작은 봄이다

루틴의 변주 속에서 배우는 비움의 철학

by 정써니

모든 끝은 다시 시작을 품고 있다.

비움은 언제나, 다시 피어날 준비다.”



가을은 키 작은 봄이다.

나뭇잎이 물들어 다시 꽃피는, 또 한 번의 계절이다.


봄엔 새싹을 틔우고

여름엔 무성한 잎으로 자라

가을엔 화려하게 피었다가

겨울엔 모든 걸 내려놓는다.


나무의 사계는 말없이 같은 세월을 건너며

늘 같은 루틴 속에 머문다.

그 안에서의 변화는 자연스러움이고,

반복은 곧 안정이다.


하지만 나의 1년은 그렇지 않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같은 방법으로는 살지 못한다.

늘 어딘가 어긋난 채,

다름의 오류 속에서 길을 찾는다.


헤어짐은 이유가 있어서이기도,

이유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아닌데

끝내 내주는 마음이 남는다.


헛헛한 이 마음은

왜 늘 가을에 찾아와 나를 흔드는 걸까.

아마도 이 계절은

내게 또 한 번 마음을 비우라 하는

무언의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가을의 색은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을 준비하는 쉼의 색인지도 모른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내려놓아야 다시 들 수 있다.

그렇게 계절은,

나에게 ‘다시 살아가는 법’을 가르친다.


**오늘의 루틴 속에서도, 나만의 가을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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