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확장 대신, 내부 밀도로 생존하는 방식
지역에서 창업을 한다는 건,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끌어안는 일이다.
자본과 인프라, 소비 시장의 밀도가 낮고, 브랜드 인지도를 키울 창구도 부족하다.
하지만 ‘성심당’은 이 한계들 안에서 자립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낸 보기 드문 사례다.
서울이 아닌 대전이라는 도시에 뿌리내리고, 수도권 진출 없이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
성심당은 지역 중심 성장 모델의 가능성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이름이다.
성심당은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는다.
서울에 진출하지도 않는다. 그 대신 대전 시내에 밀도 높게 자리 잡는다.
본점과 같은 건물 안에 문화 공간과 체험 매장을 만들고, 대전역·정부청사·갤러리아 등 주요 생활권에만 출점했다. 이는 단순히 ‘로컬의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브랜드의 공간성을 도시 내부에 고정하고, 해당 도시 내 유동 인구와 생활 동선을 따라 배치함으로써 지역 안에서 충분한 수요를 만들어낸 전략이다.
성심당은 대전 지역에서만 약 450명 이상을 직접 고용하고 있다.
특히 제과·제빵부터 매장 운영, 물류, 체험 프로그램까지 대부분을 사내 시스템으로 운영하며 지역 내 일자리를 자체적으로 창출한다.
2023년 기준 대전 내 자영업체당 평균 종사자 수는 2.7명.
성심당은 그 150배 이상의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성심당이 지역에서만 연 3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지역 내 인건비, 원부자재, 운영비로 재투입된다.
즉, 외부 자본 유입 없이도 지역 내에서 소비-고용-생산의 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성심당은 단순한 ‘빵집’이 아니다.
지역 주민에게는 자부심이 되고, 외지 방문자에게는 관광지가 된다.
대전을 찾는 사람들 중 상당수가 성심당을 방문하며, 일부는 “대전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인식한다.
즉, ‘이 지역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브랜드가 설계해 냈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한 맛이나 품질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이다.
정체성·공간성·지속성이 결합될 때, 하나의 브랜드는 도시의 상징이 될 수 있다.
많은 지역 창업자들은 성심당을 '성공한 예외'로 바라본다.
하지만 성심당이 지금에 이르기까지는 단 한 번의 선택이 아닌,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역에 남는 선택’을 반복해 온 결과다.
그 과정에서 모든 유혹—프랜차이즈화, 서울 진출, 외부 투자 등—을 견디고, 지속가능한 자체 구조를 지역 안에서 설계했기에 오늘의 성심당이 있다. 이건 단지 운이나 특수성이 만든 결과가 아니다.
성심당은 예외가 아니다. 모델이다.
지역 기반 비즈니스가 고용과 자본을 내부에서 순환시키고, 정체성을 감각적으로 설계하며, 외부 확장이 아닌 내부 밀도로 살아남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걸, 성심당은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