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기반을 활용한 로컬 창업 전략
지역에 있는 자원을 활용해 창업을 한다는 말은 익숙하다.
하지만 좋은 자원이 있다고 해서, 좋은 창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고흥의 유자, 해남의 고구마, 완도의 다시마, 양양의 송이처럼 이미 시장성과 품질이 입증된 원물이 있는 지역. 이런 곳에서 부모님이 가업을 이어오고 있었다면, 청년 창업자 입장에서는 분명 유리한 출발이다.
신뢰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 상대적으로 낮은 원가, 스토리텔링 가능한 지역성까지.
하지만 그 유리함이 실제 창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선,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필요하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창업이 성공하려면, 단순한 재포장 이상의 전략이 필요하다.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타깃과 사용 맥락에 대한 상상력이다.
예를 들어
고흥의 유자청을
특정 취향의 식습관을 가진 타깃을 대상으로 하는 ‘비건 샐러드드레싱’이나
1인 가구를 위한 ‘홈카페용 유자 시럽’으로 재해석하는 방식.
완도의 다시마를
1인 가구의 증가를 고려한 ‘1인 가구 맞춤 다시마 컷팩’이나
친환경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미세플라스틱 없는 건강 조미료’로 기획하는 방식 등
이런 접근은 단순히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가 왜 이 제품을 필요로 하는지를 해석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해석이, 제품 기획의 가장 중요한 시작점이 된다.
청년 창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유통 경로는 단순 온라인 판매만이 아니다.
초기에는 로컬 마켓이나 팝업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실험이 오히려 유효할 수 있다.
고객 반응을 눈앞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는 소규모 고급 식자재를 공급하는 B2B 납품 방식도 있다.
작은 카페, 식당, 지역 공유주방에서 고퀄리티 재료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리워드형 펀딩 역시 접근하기 쉬운 도구지만, 고객들의 반응을 세심하게 수집하기에는 오프라인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품 기획 단계에서 콘텐츠와 브랜딩을 함께 실험할 수 있는 도구다. 더 나아가 체험형 투어나 지역 관광과 연계한 유통 모델도 가능하다. 생산지를 경험하고, 그 제품을 현장에서 구매하게 하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은 소비자에게 인상 깊은 기억을 남긴다.
좋은 자원을 활용한다고 해서 브랜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는 결국 사람들이 기억하고 이야기하고 싶은 감정이 들어있을 때 만들어진다.
그 감정은 ‘생산 과정’에서 나올 수도 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조리법, 겨울의 유자 수확 풍경, 실패했던 첫 시제품의 기억. 이런 이야기들이 콘텐츠가 되고, 콘텐츠는 브랜드의 감도를 만든다. 실제로 지역 기반 브랜딩에서 가장 많은 반응을 얻는 콘텐츠는
“생산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나
“제품을 만드는 일상적인 순간”이다.
거창할 필요는 없다. 진짜인 것이 더 오래 남는다.
좋은 자원이 있는 지역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새롭게 해석해 내는 사람은 드물다.
생산의 경험을 소비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사람,
지역의 품질을 도시의 감각으로 조율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좋은 자원에서 더 좋은 창업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