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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청년 창업, 지원금은 시작일 뿐이다

창업의 성패는 지원금이 아니라 이후의 구조에서 갈린다.

by 이니프

지방 청년 창업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단어는 ‘지원금’이다.
창업 지원금, 보조금, 전입 장려금. 정책 사이트와 기사 대부분은 금액과 조건을 나열한다.

물론 초기 비용을 줄이는 것은 중요하다.
창업 자본이 부족한 청년에게 지원금은 진입 장벽을 낮추는 유용한 수단이다.

그러나 질문은 남는다.

“지원금을 받으면 정착이 가능해지는가?”



지원금은 시작일 뿐, 지속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많은 지방 청년 창업자들이 1~2년 안에 사업을 접는다.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단순히 돈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공간은 마련했지만 지역 고객과 연결되지 못했다.

장비는 샀지만, 유통 경로를 확보하지 못했다.

홍보는 했지만, 재방문 고객을 만들지 못했다.


지원금이 시작을 도와줄 수 있지만,

그것이 채워줄 수 없는 부분에서 창업은 흔들린다.

정착은 숫자가 아니라 관계와 실행의 문제다.




지방 청년 창업의 실제 한계


지방 창업은 수도권 창업과는 확실히 차이점이 존재한다.

다음 세 가지 한계를 본다면 지방 청년들의 정착에 대한 고민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1. 관계망의 부재

청년 창업자는 종종 ‘외부인’으로 불린다.

사업은 열었지만 지역사회에 스며들지 못하면 ‘손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마을 행사, 협동조합, 상인회 같은 네트워크에 진입하는 것이 성패를 좌우할만큼 중요하다.


2. 브랜딩과 유통의 약점

지방 창업자는 제품이나 기술은 있지만,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SNS 운영, 온라인 스토어 구축, 브랜드 서사가 부족하면 상품은 있어도 소비자와의 접점이 사라진다.

“좋은 제품은 언젠가 팔린다”는 말은 현실에서 통하지 않는다.


3. 실패 이후의 공백

정책은 주로 ‘처음’만 지원한다.

하지만 창업의 현실은 첫 실패에서 시작된다.

실패 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후견인, 네트워크, 재도전 프로그램이 없다면 청년은 결국 지역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원금 이후를 준비하는 방식


그렇다면 지역 청년 창업의 정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지역 청년들을 만나면서 가장 필요하다 느낀 3가지를 소개한다.


1. 실무 코디네이터

계약, 세무, 유통 협의 같은 절차를 함께 정리해주는 중간자가 필요하다.

제도의 언어를 청년이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하는 역할이다.


2. 관계 설계

지역 주민과 첫 만남을 주선해 주는 연결자, 신뢰를 얻도록 돕는 동행자가 있어야 한다.

지역 청년 창업자는 외부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3. 실패 이후의 동반자

창업자가 실패했다면 그 이유를 분석해주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경로를 설계해 주는 존재.

이는 단순한 멘토링이 아니라, 비공식 후견인의 역할이다.




실제 데이터로 보는 지역 창업 성패의 차이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 창업농 영농정착 지원사업 성과분석(2023)」에 따르면,
지원금을 받은 청년 농업인 중 1년차 생존율은 91%였지만, 3년차에는 62%로 급격히 떨어졌다.
주된 이유는 “지역 내 판로 부재”, “기술·노무 부족”, “정착 실패로 인한 이탈”이었다.

반대로, 지역 협동조합·농민회 등과 협력 구조를 만든 청년 창업자의 경우 3년차 생존율이 70% 이상 유지되었다.
같은 금액의 지원금을 받았음에도, 누구와 연결되었는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진 것이다.

통계청 「지역별 사업체생멸 현황(2023)」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지방 청년 창업자의 5년 생존율은 평균 30%대에 머무르지만,
지자체·협동조합 등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공동 창업 형태는 40~45%까지 유지되었다.

즉, 차이를 만든 것은 지원금 액수가 아니라 관계망과 협업 구조였다.



지역 청년 창업, 지원금 이후가 진짜 시작

지방 청년 창업의 성패는 더 이상 지원금 액수로만 판단할 수 없다.
지원금은 출발점일 뿐, 정착과 지속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창업자가 지역에 뿌리내리려면

지역과의 관계

실행력 있는 브랜딩과 유통 전략

실패 이후에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네트워크

이 세 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 청년 창업의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얼마를 받는가?”가 아니라,
“그 돈 이후에 어떤 길이 열리는가?”


지원금은 지방 창업을 여는 열쇠일 수 있지만,
문을 열고 나서 어떤 길을 걸을지는 결국 사람과 관계, 그리고 정착의 힘에 달려 있다.



이니프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iinyf.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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