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후회는 없었다
"어? 성산이 턱이 부었는데?"
보호자의 촉이라는 게 있는 것 같다.
나는 성산이의 기운이 다름을 느낌으로 알아챘고, 남편은 불편한 부위를 단번에 찾아냈다.
동물병원에서는 찾지 못한 부위를 남편이 예리하게 짚었다. 약을 일주일 먹였지만 차도는 없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뼈에서 발현된 게 보인다”는 결과를 들었다.
우리는 곧장 CT를 찍을 수 있는 2차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가기 전, 혹시 추가 검사를 바로 받을 수도 있어 성산이 아침을 거르고 갔다.
어떻게 이렇게 빨리 찾으셨어요?
검사 결과를 본 의사의 첫마디였다. 종양이 막 발현된 시점이어서 수술하면 예후가 좋다고 했다.
치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조기 발견의 의미를 살리려면 턱뼈를 잘라내야 했다. 좋아하는 공놀이를 못할 수도, 딱딱한 음식을 못 먹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아프지 않은 게 먼저였다.
사고 같은 거예요. 갑자기 나는 사고
성산이의 상황을 주변에 알린 건 전문 병원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말은 “성산이가 아프데요”라는 한마디밖에 나오지 않았다. 말이 나오면 눈물이 터졌다. “내가 뭘 잘못해서 성산이가 아픈 걸까” 하는 자책도 흘러나왔다. 사고 같은거라는 위로에도 담담히 받아들이려 해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수술 날짜와 치료 방향, 모든 걸 내가 결정해야 했다. 결국 종양 발견 2주 만에 수술에 들어갔다.
병원에서는 “검사 결과 듣고 울지 않는 보호자는 거의 없다”며 대단하다고 했다.
나는 웃었지만, 사실 웃음 속 의미는 달랐다. “선생님은 제가 차 안에서 울며 돌아가는 걸 못 보셨을 뿐이에요.” 돌아오는 길, 눈물 드라이버 그게 나였다.
입원 기간 동안 나는 면회를 가지 않았다. 예전에도 내가 보이는 순간 성산이가 수액줄을 빼버린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 싶은 내 마음보다 회복이 우선이었다. 그 덕분인지 예상보다 빠른 3일 만에 퇴원했다.
집에 돌아온 성산이는 밥을 든든히 먹고 꿀잠을 잤다.
이번 수술을 통해 성산이가 영원히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부정하고 있음을 느꼈다.
하지만 원망스러웠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 ‘함께할 시간을 더 소중히 쓰라는 기회’로 바뀌었다.
수술 후 걱정했던 부작용은 하나도 없었다. 성산이는 여전히 원반도 공놀이도 잘한다. 건사료도 씹어 먹는다.
부작용이라면 딱 하나뿐이었다.
혀가 쑥 빠져나와 더 귀여워진 것.
그래서 후회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