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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폭폭Road

by 잡귀채신



1호차

바이오맨 후레시맨 놀이를 즐기던 어린이는 레드역할을 탐냈지만 늘 핑크가 주어졌습니다. 어느날 레드를 놓고 싸우다 지고 동네를 어슬렁거리던 차에 평소 늘 길게 인사를 나누던 금은방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아저씨는 치토스를 사주시고 어린이는 치토스를 맛있게 먹으면서 온 얼굴과 소매를 주황색칠해놓습니다. 금은방아저씨는 아깝다며 다 닦아주셨습니다. 이후로 어린이는 이상하게 축축한 달팽이. 민달팽이가 너무 소름끼칩니다.



2호차

꿈 많은 여자의 꿈 더 많은 딸은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심장으로 사춘기를 모르는 해맑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칙칙한 여학교 3년 생활을 청산하고 산뜻한 남녀공학으로의 부푼 기대. 어느날 그녀는 교문에서 복장단속에 걸렸습니다. 명찰을 잘 못 달았답니다. 제대로 달았는데요. 얌마 이걸 이렇게 똑바로 해야지. 선생님은 후로도 몇번을 불러세워 학생의 명찰 인근 부위에 손을 댔습니다. 펜을 잡는 손 버릇이 잘못되었다며, 그리고 문제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주기위해, 스타킹에 구멍이난 것도 복장위반임을 알리기위해. 기숙사문밖에 그 선생님이 서 있는 악몽. 어디로도 피할 수 없고 수근대는 사이에서 친구를 발견하는 악몽. 왜인지 명찰을 바로 잡아주는게 싫다고 말할수가 없었습니다. 구멍이 날까봐 스타킹을 신기 싫을 수가 없었습니다. 사춘기로 포장된 반항으로 학업을 그만 두었습니다. 학교는 많으니깐요. 그만두고싶어도 그만둬지진 않았습니다.



3호차

입으로 뭔가 말을 할 수 없을땐 먹게 되나봐요. 맛있더라구요. 그리 먹으니 찌지요. 돼지가 되면 '취급'이라는 단어를 몸소 느끼게 됩니다. 어떤 식으로든 취급됩니다. 고통속에서 한줄기 희망인지 첫사랑이 와버립니다. 다이어트는 고통도 아닙지요. 개구리공주는 사람이 되고나서 같은사람의 전혀 다른 면면을 보게 됩니다. 그것이 상처인줄도 모르고 그 두 얼굴에 그저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취급과 대접은 철저히 조건부이라지요.



4호차

사회초년생은 사수의 옷자락을 부여잡고 보고서에 허덕였습니다. 도제시스템에서 사수는 하늘입니다 . 제 사수(ㅁ...멘토)는 어느날은 다정했다가도 어느날은 찬바람을 내뿜는 이상한 달마시안개같은 분이셨습니다. 는 어쩔줄을 몰라 늘 손톱을 물어뜯었습니다. 제 딴엔 일을 열심히 배우는 중인건데 사람들이 갑자기 청첩장을 물어봅니다. 제가 근무태만하면 사람들이 왠지 혼내듯이 피합니다. 저의 사수는 핵인싸셨어요. 멋지게 핵폭발까지 하셨습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우주전쟁을 일으켰습니다. 제 우주는 다시 조용해졌고 다만 아무것도 남아있진 않게 되었습니다.



5호차

또 누군가를 만나게 됩니다. 스포츠의 스도 모르던 사람이 액티비티를 즐기다가 병원신세가 되었어요. 팔다리를 마음가는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고통은 얼마나 힘들까요. 차라리 죽고말지 입버릇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그래도 저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19세를 훌쩍넘긴 성인남자. 반드시 풀어야하는 숙제인 줄 알았습니다. 그의 부모님은 아들의 숙제를 위하셨는지 꼭 그렇게 두분 다 바쁘신 타이밍에 저를 부르시더라구요. 저는 그렇게 반드시 해야하는 건 줄로 알았습니다. (아닙니다) 텅 비는 것 같은 기분을 말했더니 그는 욕으로 채우려했지만 차마 담지 못했습니다. 텅텅 비워놓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이렇게 말하는게 처음이지만, 딱 잘라 말하건대 전혀 그립지 않습니다. 에게는 오직 이것만이 진실이게 되었습니다.



6호차

살면처 처음으로 뭘 잘한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잘한다는 소리는 실로 효력이 있어서 실제 잘하게 되더군요. 말씀 주신 분께 감사를 드렸지만 그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말만 반복하셨습니다. 그분은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제 감사는 그냥 진짜 감사였는데요. 결국 유교의 법칙에따라 제 뇌는 그와 동시에 셔터가 내려졌습니다. 다만 방탄 셔터가 아니었던지라, 그분이 쏘는 공포탄에도 무너졌는지 그냥 맥없이 우르르 무너졌습니다. 나약한 인간이구나. 저는 저를 알아버린 충격이 더 컸습니다. 셔터는 못믿겠고 결국엔 또 Run해 버렸습니다.



상대방입장은 묵살해버리고 철저히 제 입장에서의 기술입니다. 제 글이니깐요. 한번은 이래도 된다고 봤습니다. 는 문제가 많습니다.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몬스터와 친구먹어버릴까?

수능세대라 그런지 언어영역 몇번문제 성급한일반화의 오류를 잘 골라서인지.

또 믿어버리고픈 마음은 티슈처럼 연달아 뽑여나오는.

그런데 한편으로는 괜히 다가갔다가 중력영향받고 속도만 잃지말고 난대로 생긴대로 Rogue planet으로 자유궤도를 그립서-하고. 그 편이 좀..멋은 있네 싶기도 하고. 이 열차가 안전하게 운행되는 유일한 철로같기도 하구요.

조금 드물어 지겠지만 당신의 궤도권을 한번씩 스쳐갈테니

그때마다 에너지선물은 꼭 받아주소서~




https://youtu.be/foKY26ujz38?si=IQUZMsVEylNzTYN9





* 로그플래닛

인터스텔라 스페이스에서 가스와 먼지가 중력붕괴를 일으키며 형성되며, 단 한 번도 항성의 궤도에 묶여본적이 없는 로그플래닛. 그저 광활한 우주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유럽게 떠돌아 다니는 행성이다. (일부 로그플래닛중에는 한때 항성을 가져본적 있으나 어떤 사건으로 튕겨져 나온애도 있다)

우리 은하에만 수십억 개 이상 존재할 것으로 추정. 이들은 구속없이 쾌고속으로 이동하므로 어떤 궤도에 충돌없이 들어설 가능성은 매우 낮다. 가끔 어떤 궤도에서 중력반응으로 경로가 휠때도 있지만 곧장 다시 탈출하게된다. 이때 속도를 좀 잃기도 한다. 우주는 이들에게 안정궤도에 들게 하기보다 자유로운 움직임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더 크다고 한다.

이들은 성간물질들을 흡수하기도 하며 행성의 온도를 일정수준 이상 유지하게 하는 에너지원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배경별 앞을 우연히 지나면서 그 배경별의 밝기를 잠깐 증폭시키기도한다. 이 매력적인 떠돌이 행성은 '구속'은 없지만, '소통'은 끊임없이 지속하며 우주 환경의 일부로서 영향을 주고받는 없어서는 안될 나름의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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