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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완동물로 병아리는 어때?

삐약 병아리 집사 1

by 달빛서재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 딸은

늘 동물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진심으로 즐겨본다.

다음은 꼭 나를 붙잡고 말한다.

“강아지 키우면 안 될까? 고양이는 어때?

그럼 물고기는 괜찮아?

거북이 밥 주는 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내 친구가 햄스터 키우는데 엄청 귀엽대.”


처음엔 아이의 열정이 귀여웠지만,

마음이 없던 나는 무던히도 거절을 했다.

그러다 비교적 손이 덜 가고

가정에서 키우기 쉽다는 구피와 플래티,

네온테트라를 샀다.


딸은 작은 물고기들의 움직임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어항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물고기가 구성하는 세계는 조용했지만

나름의 재미와 평화가 있었다.

그러나 흥미는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하루 색 바랜 나뭇잎처럼,

아이의 관심도 시들해져 갔다.


그다음 애완동물은 작은 거북이었다.

엉금엉금 움직이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

딸은 마음을 빼앗겼지만,

거북이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꼬북아 이리 와봐~! 꼬솔아 맘마 먹자~!”

명랑한 목소리로 하루 종일 거북이들을 찾던 딸은

어느 날부턴가 이름도 부르지 않게 되었다.

아이의 마음은 영원할 것 같다가도 금세 흩어진다.

그렇게 작은 생명들과의 인연은

잠시 머물다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두근두근한 얼굴로 달려온 딸이

핸드폰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병 아 리 부 화 기!!!!!”


난생처음 보는 그 기계 안에 계란을 넣고

21일이 지나면 병아리가 태어난다는 것이다.


“이게 정말 가능해?”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문득 떠올랐다.


학교 앞에서 종이 상자에 병아리들을 담아 팔던 아저씨.

그 병아리를 데려와 키워보려던 시도도 있었지만,

작고 여린 병아리들은 오래 버티지 못하고

하나둘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던 기억.


나는 아이에게 병아리는

집에서 키우기 어려운 동물이라고 설명했다.

엄마 닭 품이 아닌 기계에서

병아리가 태어날 리 없다고 설득도 했다.

하지만 딸은 단호했다.


“산타할아버지가 사다 주실 거야.”


그날 밤, 딸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적은 카드에

"산타할아버지! 꼭 병아리 부화기를 선물로 주세요."

라고 쓰고는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조심스레 올려두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 후,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는 병아리 부화기를 기다렸지만,

나는 그 아이의 마음에 피어난

작은 간절함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 겨울,

진짜 선물은 바로 그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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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