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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멈추지 않는 교실에서 (상)

친구의 죽음과, 우리가 아직 버티는 이유

by 플루토씨

많은 아이들이 찾아왔습니다.
상중에 내내 비가 내렸고, 학교 이름도, 고인의 이름도 기사에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담임 선생님이에요.”


중학생 때 그를 담임으로 만났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손에 편의점 도시락을 쥔 채 울고 있었습니다.

나는 밥을 덜고 국을 떠주며 아이들에게 밥을 먹였습니다.
그 아이들이 “선생님이 진짜 좋았어요” 하며 흐느낄 때, 세상이 잠시 멈춘 듯했습니다.


비가 멈추지 않는 상중에,
그는 그렇게 밤하늘의 별빛으로, 향기 가득한 영정 뒤로,
뜨거운 불길 속으로, 작은 상자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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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기사를 찾아보고, 댓글을 읽었습니다.


‘교사가 뭐가 힘드냐’,
‘방학에 쉬잖아’,
‘다른 직장도 다 그렇다’는 말들이 끝없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정말 학교에서 수업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며칠을 준비한 수업자료로 아이들과 만나고,
진도 밀리지 않게, 수행평가 오류 없이,
내 전공만큼은 ‘내 것’으로 지키고 싶습니다.

하지만 학교는 그런 단순한 공간이 아닙니다.

수업만으로 하루가 채워지지 않습니다.
출결을 확인하고, 평가를 준비하고,
물품을 구매하고, 현장체험학습을 계획하고,
체육대회와 동아리, 특강과 각종 창체활동,
교육과정을 짜고, 청소지도를 하고, 학급운영까지—

이 모든 게 교사의 하루 안에 들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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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누군가 싸우다 다치면 병원에 가야 하고,
다툰 일로 학교 폭력을 다루다 보면 수업을 못하기도 합니다.

갑자기 누군가 찾아와 소리칩니다. 그럼 보통 민원입니다.
나도 학부모라 이해는 하지만, 이 생떼를 받아주기란 참 어렵습니다.
그러다 누군가 고소를 당합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못합니다.


그렇게 몇 년 사이,
서울에서도, 경기에서도, 제주에서도—
학교에 머물던 작은 영혼들이 하나둘 바스러져 갔습니다.

“내가 아니어서 괜찮다”는 말은,
이제 아무 위로가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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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추모공간(링크)

20251014_005823.png padlet.com/cntu/remember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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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게 이거라도 있어 다행입니다.

부디 살펴봐주시고, 깊은 관심으로 서명에 동참부탁드립니다.

불편하신 분들께는 거듭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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