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무과학 시즌1을 닫으며 찾아온 '스토리 크리에이터'
지난여름이었습니다.
브런치에 아주 조용히 들어와
글 한 편을 올렸죠.
마치 깊은 밤, 교실 불을 다 끄고
혼자 남아 칠판 앞에서 중얼거리듯
시작된 글쓰기였습니다.
그 시작이 바로 명왕성이었고,
그때만 해도 몰랐습니다.
이 이야기가 결국
빛·시간·생명·원소·우주·철학으로까지
궤도를 넓혀갈 줄은요.
그러는 사이
꼬꼬무 과학 시즌1을 완주했습니다.
무려 16편.
“…어? 진짜 16편… 이게 되네?”
모니터를 보면서 한참 웃고 있었죠.
그때 도착한 한 통의 메일.
“인문·교양 스토리 크리에이터 선정을 축하드립니다.”
순간, 말을 잃었습니다.
가만히 의자에서 일어나 조용히 박수를 두 번 치고,
다시 앉아서는 화면만 멍하니 바라봤어요.
“명왕성으로 시작한 과학 글이…
꼬꼬무과학이 인문·교양이 되었다고…?”
조금 지나고 나서야
천천히 실감이 났습니다.
제가 쓴 이야기는
원래부터 ‘개념 설명’보다는
사람의 이야기였다는 것을요.
과학자들의 실수, 실패, 고집, 용기,
세상에 대한 질문,
그리고 교실 한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
어쩌면 누군가는
이 여정을 단순한 과학사가 아니라
‘인문학적인 질문의 기록’으로 읽어준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고마움이,
그 인정의 한 줄이
제 어깨를 아주 조용히 토닥였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조용히 오.두.방.정. 모드가 켜졌습니다.

화면을 캡처해서
파일 이름을 ‘배지 획득 기념’으로 저장하고,
블로그와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습니다. [blog 링크]
(네, 맞아요. 숨기지 않을게요.)
아이들에게도 말했습니다.
“얘들아, 선생님… 배지 생겼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오…! 근데 그게 뭐예요?”

돌아보면 시즌1은
‘왜?’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우리는 어떻게 알고, 어떻게 틀리고,
어떻게 다시 배우는가’로 끝난 여정이었습니다.
명왕성의 재분류에서 시작해
빛의 이중성, 시간의 흐름, 산소의 발견,
원소의 역사, 생명의 기원, 과학의 본성까지.
그리고 저는 한 가지를
더 깊이 믿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다.
그 문장이
이번 배지의 진짜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제가 과학을 쓰고 있었지만,
누군가는 그 속에서
“사람의 흔적”을 읽어냈다는 뜻이니까요.
이제 시즌1의 표지를 닫고
다음 궤도를 준비합니다.
다시 묻고,
다시 흔들리고,
다시 길을 찾는 이야기들.
조금 더 단단한 마음으로
조금 더 멀리까지 써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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