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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가을날

말의 힘

by 박유리




모처럼 해가 나와서, 나도 햇살을 보고 싶었다.

얼른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하고, 글을 읽느라 식어버린 차를 작은 물통에 담아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부경대 캠퍼스를 걸어보자 마음먹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저 앞에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나를 바라보며 걸음을 멈춘다.

그 언니가 맞았다.


“물 한 병 들고 운동하러 갑니다.”

“물 색이 예쁘네.”


며느리가 지난 추석에 사준 잎차라고 말씀드리니,

“며느리 있는 사람은 좋겠다.” 하신다.

아, 이 언니는 며느리가 없으신가 보다.


어제 광안리 바닷가에 가서 1만 5천 보를 걸었다며

“건강하려면 열심히 운동해야지.” 하신다.

“그렇죠. 저도 전에는 하루 만 보 이상 걸었는데요,

4월에 아프고 나서 체력이 떨어져 요즘은 5천 보 걷기도 힘드네요.”

“그렇죠…” 하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신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즐겁게 살아야 건강하지.”

“차츰 근력도 올릴려고해요. 저는 좋은 취미가 있잖아요. 글쓰기요.”

“그건 머리 운동이지, 몸도 움직여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나는 부경대 분수대까지 걸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발걸음도 가볍다.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벤치에 앉아 브런치 글을 읽었다.


브런치에도 나보다 나를 더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다.

오늘은 글쓰기를 쉬자고 마음먹었는데,

어느새 또 이렇게 나의 산책길에서 이야기를 적고 있다.



그리고 집에 돌아와 점심식사 후에는

골프 게임을 30분 추가로 했다.

그 언니의 말씀이 힘이 있었나 보다.



부경대 가을.jpg 청명한 가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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